뉴질랜드, 원주민 백신 접종률 높이려 ‘갱단’ 동원…“난 총도 맞고 백신도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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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11월 4일 11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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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윌리 잭슨 뉴질랜드 마오리진흥부 장관 페이스북 영상 캡쳐
사진=윌리 잭슨 뉴질랜드 마오리진흥부 장관 페이스북 영상 캡쳐
뉴질랜드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을 높이기 위해 악명 높은 갱단 두목들을 동원했다.

3일(현지시간) 뉴질랜드 마오리진흥부 장관 월리 잭슨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7명의 갱단 두목이 등장한 4분짜리 영상을 공개했다.

이 영상에는 갱단 ‘헤드 헌터스’, ‘블랙 파워 라이프’, ‘몽그럴 몹’ 등을 이끄는 7명의 갱단 두목들이 등장해 원주민 등에게 백신 접종을 촉구하는 모습이 담겼다.

해당 영상에서 갱단 ‘블랙 파워 라이프’ 두목 ‘데니스 오레일리’는 “그간 총을 몇 방(shot) 맞은 적이 있다. 코로나19 백신도 두 방(shot) 맞았으니 당신도 나처럼 백신을 맞아달라”라고 말했다.

이어 등장한 갱단 ‘헤드 헌터스’의 ‘스티븐 데일리’는 “아이들을 돌보고 있기에 백신을 맞았고, 친척을 보호하기 위해 그런 것”이라고 밝혔다.

뉴질랜드 보건 관계자는 갱단 두목을 백신 접종 전략에 영입하기로 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인정하면서 “마오리족과 오랜 관계를 맺어온 갱단과 그 주변 인물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갱단을 편드는 게 아니라 원주민(마오리족) 가족을 위한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특사로 임명된 갱단 조직원들은 백신 접종률이 낮은 지역을 돌며 원주민의 백신 접종 홍보를 하고, 정부는 이들의 오클랜드 국경 검문 면제권과 활동비 명목의 보조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한편, 1년 넘게 ‘제로 코로나’를 외치며 봉쇄 정책을 폈던 뉴질랜드는 지난달 방역 실패를 인정하고 ‘위드 코로나’로 전환했다. 한 달 이상 봉쇄 조치를 시행했지만 델타 변이의 확산을 막지 못했고, 뒤쳐진 백신 접종률을 높이기 위해 애쓰고 있다.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는 “오랜 기간 동안의 엄격한 통제로도 코로나 완전 방역에 실패했다”며 “방역 수위를 낮추는 대신, 백신 접종률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2일 기준 뉴질랜드 백신 접종 완료율은 65%다.

송영민 동아닷컴 기자 mindy594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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