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도안, ‘反정부 인사 석방’ 요구한 美·獨·佛 등 10개국 대사 추방 지시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0월 24일 16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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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부터 집권 중인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수감 중인 반(反)정부 인사 오스만 카발라(64)를 풀어주라고 촉구한 미국 독일 프랑스 등 10개국 대사를 사실상 추방하라고 지시했다. 앞서 18일 10개국 대사는 카발라의 석방을 요구하는 공동 성명을 냈다. 성명 직후 터키 외무부가 이들 대사를 초치해 항의했음에도 에르도안이 직접 대응에 나선 것이다.

23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외무장관에게 가능한 한 빨리 10개국 대사를 ‘페르소나 논 그라타(외교 기피인물)’로 지정할 것을 지시했다”며 “그들은 터키를 이해해야 한다. 그러지 못하겠다면 터키를 떠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페르소나 논 그라타’로 지정된 외교관은 추방되거나 외교관 신분을 박탈당할 수 있다.

환경운동가 겸 기업인인 카발라는 2013년 에르도안 정권이 최대도시 이스탄불의 게지 공원을 재개발하려 하자 반대 시위를 주도했다. 경찰이 시위대를 강경 진압하는 바람에 해당 시위가 전국적인 반정부 시위로 확산됐다. 검찰이 카발라를 2017년에 체포해 종신형을 선고했으나 법원은 지난해 2월 그를 무죄 석방했다. 당국은 석방 직후 카발라가 2016년 쿠데타에 연루됐다며 다시 체포했다.

알자지라는 터키가 10개국 대사를 실제 추방하면 에르도안 집권 후 서방과 가장 깊은 균열이 생길 것으로 평했다. 터키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이며 10개국 중 7개국 역시 나토에 속해 있다. 30, 31일 양일간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도 이 사안이 주요 의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 에르도안을 비롯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이 모두 G20에 참석한다.


카이로=황성호 특파원 hsh033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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