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라진 美 금리인상 시간표…연준 “곧 테이퍼링 할 수 있어”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9월 23일 10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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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2일(현지 시간) 마침내 통화 정책 정상화를 위한 시동을 걸었다. 연준은 이날 “곧 자산매입 축소(테이퍼링)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경기부양 기조의 끝을 알리는 테이퍼링이 이르면 올 11월 초부터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연준은 이날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마친 뒤 성명에서 “(경기지표의) 진전이 예상대로 광범위하게 이어진다면 위원회는 자산 매입 속도의 완화가 곧 타당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연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대응하기 위해 작년 3월 금리를 현재의 제로 수준(0.00~0.25%)으로 낮추고 매월 1200억 달러에 이르는 자산을 매입하면서 시장에 돈을 풀고 있다. 하지만 최근 경제 재가동과 부양책 효과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연준 목표치를 훨씬 웃도는 등 경기 과열 양상이 나타나자 1년 반 동안 유지해 온 부양 기조를 긴축으로 전환시킬 준비에 나선 것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미국 경제가 물가와 고용 등의 ‘실질적 추가 진전’이라는 목표 달성에 근접하고 있다”면서 “당국자들은 회의에서 내년 중반쯤에 마무리되는 점진적인 테이퍼링 과정이 적절할 것이라는 데에 대체로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지난 달 잭슨홀 심포지엄 등에서 그동안 테이퍼링을 예고했던 파월 의장의 발언들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으로 풀이된다. 파월 의장은 정확히 언제부터 테이퍼링을 시작할 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다음 FOMC가 열리는 11월 2~3일, 또는 그 다음 회의인 12월 14~15일 중 하나가 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자산매입 축소 다음 단계인 금리 인상 시점도 좀 더 앞당겨질 가능성이 커졌다. 연준 위원들의 향후 금리 전망을 나타내는 점도표에 따르면 18명의 위원 중 절반인 9명이 내년에 금리가 오를 것이라고 봤다. 6월 회의 때는 7명이었지만 2명이 더 늘었다. 2023년에 금리가 지금보다 오를 것이라고 답한 위원은 18명 중 17명이었다. 이중 과반인 9명은 2023년에 금리가 지금보다 1%포인트 이상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작년 초 팬데믹이 촉발한 제로금리 시대가 최소 3년 만에 막을 내리게 될 것이라는 뜻이다. 연준은 미국 경제성장률은 올해 5.9%, 내년 3.8%로 예상했고, 물가상승률은 올해 3.7%, 내년 2.3%로 각각 전망했다.

이날 연준의 회의 결과에 시장은 “당초 예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면서도 다소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우선 연준이 이날도 테이퍼링의 구체적인 일정을 밝히지 못 했다는 점에서 여전히 긴축에는 신중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있다. 블리클리 자문그룹의 피터 부크바 최고투자책임자는 CNBC방송에 “테이퍼링을 오늘 발표하지 않았다는 것은 FOMC가 여전히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 위원회라는 점을 반영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점도표의 변화폭이 예상보다 크다는 점을 감안하면 연준의 금리인상에 대한 확신이 커졌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날 뉴욕 증시는 연준 발표보다는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 그룹의 파산 공포가 진정될 것이라는 기대에 상승세를 나타냈다. 다우지수는 전날보다 1.0% 오른 34,258.32에 거래를 마쳤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와 나스닥 지수도 각각 1% 안팎 올랐다.

파월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헝다 그룹 사태의 파급 효과와 관련해 “현재 미국 기업들의 채무 불이행률은 매우 낮다”면서 “헝다 사태가 미국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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