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텍사스 “성폭행 임신도 6주부터 낙태 금지” 논란

뉴욕=유재동 특파원 입력 2021-09-03 03:00수정 2021-09-03 03:21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초강력 낙태제한 ‘심장박동법’ 시행
“임신 자각 어려운 시점” 반발 거세, 바이든 “극단적… 헌법상 권리 침해”
낙태 병원-도운 사람도 소송 대상… “소송 이긴 시민에 1만달러 지급”
“우리 몸에 대한 금지를 풀어라” 낙태제한법 항의 1일부터 미국 텍사스주에서 시행된 낙태제한법에 반대하는 여성들이 이날 텍사스주 오스틴 주의회 앞에 모였다. 여성들은 ‘우리 몸에 대한 금지를 풀어라(Bans off our bodies)’라는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입고 낙태제한법 시행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오스틴=AP 뉴시스
미국 텍사스주에서 낙태를 사실상 금지하는 낙태제한법이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1973년 여성의 낙태권을 보장한 판결 이후 낙태 제한 정도가 가장 강한 법으로 성폭행 피해로 인한 임신 등 임신 6주 이후로는 어떤 경우라도 예외를 인정하지 않고 낙태를 금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텍사스주 법이 헌법상 권리인 낙태권을 침해했다며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1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올 5월 텍사스주 의회를 통과하고 그레그 애벗 주지사(공화당)가 서명한 이른바 ‘심장박동법(Heartbeat Bill)’이 이날부터 시행됐다. 임신 6주부터는 여성의 낙태를 금지한 것이 핵심 내용이다. 6주부터는 의료진이 태아의 심장 박동소리를 판명할 수 있어 생명으로 볼 수 있다는 판단에서 나온 법이다. 애벗 주지사는 이날 “오늘부터 심장이 뛰는 모든 태아는 낙태의 유린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문제는 임신 6주가 돼도 자신이 임신했는지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임신 사실을 자각하기 어려운 시기인 6주를 낙태를 금지하는 시점의 기준으로 삼아 논란이 되고 있다. 성폭행 피해나 근친상간에 따른 임신도 예외를 인정하지 않아 사실상 모든 낙태를 금지한 것과 마찬가지라는 지적이 나온다.

논란이 많은 법이지만 법적으로 대응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텍사스주는 이 법을 시행하면서 주정부는 불법 낙태 단속에 관여하지 않고 시민들이 불법 낙태에 대한 소송을 제기할 수 있게 했다. 불법 낙태 시술을 한 병원과 조력자, 임신부를 병원까지 태워준 택시 운전사까지 모두 소송 대상이 된다. 소송에서 이긴 시민에게는 1만 달러(약 1160만 원)의 보상금이 지급된다. 주정부에 집행 권한이 없다 보니 당국을 상대로 소송을 하기도 어렵다.

주요기사
낙태권을 옹호하는 단체들은 미 연방대법원에 텍사스주의 낙태제한법 시행을 막아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했지만 이날 대법원에서 기각됐다. 가처분 신청은 기각됐지만 낙태제한법의 합법성을 다투는 소송들은 진행될 것으로 전망돼 법의 효력이 중단될 가능성은 남아 있다. 현재 미국 대부분의 주는 낙태권을 보장한 1973년 판결에 따라 임신 22∼24주 이후의 낙태만 금지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내고 “이 극단적인 텍사스주 법은 반세기가량 이어진 헌법상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며 “우리 행정부는 헌법상 권리를 지키고 보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미국#낙태제한#심장박동법#낙태 금지
0 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댓글쓰기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기사 의견 0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