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으로 장식된 소파에 샹들리에…탈레반, 아프간 前부통령 호화주택 공개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19일 20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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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으로 장식된 소파와 탁자, 아라베스크 문양이 가득한 카페트, 화려한 샹들리에….

아프가니스탄 무장단체 탈레반이 압둘 라시드 도스툼(67) 전 부통령의 호화 저택 동영상을 15일 트위터로 공개했다. 아프간 고위 관계자의 부패를 폭로하고 자신들의 집권 정당성을 주장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아프간 국민이 세계 최악 수준의 빈곤에 시달리는 동안 집권층이 사치와 향락을 즐겼다는 것을 보여줘 지지세를 확보하려는 목적이다.


동영상에서 북부 마자르이샤리프에 있는 이 저택을 찾은 탈레반은 내부를 옮겨 다니며 번쩍이는 식기를 꺼내보고, 응접실에 둘러 앉아 차를 마셨다. 우즈베크족 출신의 군벌인 도스툼은 탈레반의 카불 입성 전날인 14일 인접국 우즈베키스탄으로 떠났다. 도스툼은 탈레반이 수도 카불을 장악한 15일 당일 해외 도피한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72) 밑에서 2014~2020년 부통령을 지냈다. 2001년 미국이 아프간을 침공했을 때 당시 미국을 도와 반(反)탈레반 전선을 주도한 ‘북부동맹’의 핵심 지도자다.


동영상이 공개되자 친탈레반 성향의 소셜미디어 계정은 물론 적지 않은 미국 누리꾼 또한 비판했다. 미 누리꾼은 “우리의 세금이 이런 곳에 쓰였다”며 아프간 고위층의 부정부패가 이 정도로 심각한 줄 몰랐다는 반응을 보였다.

해외 도피 후 행적이 묘연했던 가니 대통령은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 머무는 것으로 확인됐다. 18일 UAE 정부는 “그와 가족을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가니 대통령은 이날 페이스북 동영상을 통해 도피 후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흰 셔츠와 검은 조끼를 그는 아프간 국기를 배경으로 한 장소에서 거액의 현금을 들고 탈출했다는 의혹을 부인했다. 그는 “UAE에 도착할 때 빈손이었다. 대통령이 국민을 팔아넘기고 자신의 목숨과 이익을 위해 도피했다는 말을 믿지 말라”며 근거 없는 비난 및 인격 살인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러시아 스푸트니크통신은 그가 도피 당시 1억6900만 달러(약 2000억 원)의 현금을 챙겼으며 탈출 헬리콥터에 돈을 다 담지 못해 일부를 버리고 갔다고 전했다.

가니 대통령은 “슬리퍼를 벗고 부츠를 신을 시간도 없이 아프간에서 추방당했다. 내가 계속 머물렀다면 국민 앞에서 교수형을 당하는 대통령이 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의를 찾기 위해 귀국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도 했다.


김민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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