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곤란하지 않게”…美의원들, 비밀리에 오산기지서 대만으로 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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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8월 12일 10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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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딩위 의원이 올린 ‘C-146A’ 사진 출처 페이스북
왕딩위 의원이 올린 ‘C-146A’ 사진 출처 페이스북

지난 6월 4일 방한한 뒤 이틀 만에 곧장 대만을 깜짝 방문한 미국 상원 의원이 당시의 소회를 밝혔다.

11일(현지시간) 미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에 따르면 태미 더크워스 민주당 소속 미 연방 상원의원(일리노이)은 지난 10일 열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콘퍼런스에서 “한국이 중국과 외교 마찰을 빚는 걸 피하기 위해 한국 측에도 밝힐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더크워스 의원과 댄 설리번 공화당 상원의원(알래스카), 크리스 쿤스 민주당 상원의원(델라웨어)은 지난 6월 6일 대만을 방문해 조 바이든 행정부의 백신 지원 의사를 밝혀 세계를 놀라게 한 바 있다.

당시 의원들을 대만 송산공항까지 실어 나른 미 공군 C-17 수송기는 주한미군이 운용하는 오산공군기지에서 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원들의 대만행은 간단치 않았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한국 역시 대만과 공식 외교관계를 수립하지 않고 있으며, 대만과의 관계에서 한국은 중국과 마찰을 일으킬까 조심스러워하기 때문이라고 매체는 설명했다.

더크워스 의원에 따르면 당시 미 의원들은 한국 당국자들에게 대만 방문 계획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더크워스 의원은 “우리가 대만에 갈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민항기도 없었다”며 “미 정부가 우리의 뜻에 동의해 군용기를 지원해줘서 한국의 군사기지에서 대만으로 날아갈 수 있었다”고 했다.

더크워스 의원은 “우리 때문에 한국이 중국과 어려운 상황에 놓일까봐 한국 당국자들에게는 말할 수 없었다”며 “(오산) 기지까지 2시간을 운전해 갔고, 거기서 군용기를 타고 대만으로 갔다. 가서도 3시간밖에 머물지 못했다. 공항 밖으로 나가지도 못했다”고 했다.

군인 출신인 더크워스 의원은 과거 이라크전에 참전했다 사고로 두 다리를 잃은 상이용사로, 현재 상원 국방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중국계 태국인 어머니와 미국인 아버지 슬하에서 성장, 의회에서 아시아계 혐오범죄 근절 입법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미 공군 C-17 수송기가 대만에 도착했을 때 상당한 관심을 받았다. 미국은 1979년 중국과 수교하면서 대만과 국교를 단절했고, 미 군용기가 공식 업무 수행차 대만 영토에 진입한 건 40여년 만에 처음이었다.

차이잉원 총통은 공항으로 나와 의원들을 직접 맞고, “대만은 미국의 지원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더크워스 의원은 “당시의 방문은 대만이 정치적 요인에 의한 백신 부족 사태를 겪는 상황에서 대만 국민에게 미국이 대만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당시 의원들은 대만에 모더나 백신 75만 회분을 기부하겠다고 발표했고, 이어 미 정부는 대만에 대한 지원을 늘려 총 250만 회분의 백신을 기부했다.

더크워스 의원은 “대만은 중국이 백신 공급을 차단한 유일한 나라”라며 “중국은 백신을 구하고 싶으면 중국으로부터 백신을 구입하라고 압박했다”고 했다. 또 “중국은 다른 나라들이 대만에 백신을 공급하면 무역 관계를 끊겠다고 압박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미국과 대만 간의 군사 협력 및 대만 해협 안보 관련해서도 언급했다.

더크워스 의원은 “중국군이 대만을 침탈하려는 시도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면서 미국의 인도·태평양 관여는 그것을 억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크워스 의원은 “그들이 일단 (침탈을) 시작하면 그들을 몰아내는 것은, (지금처럼) 단지 그런 시도조차도 비용이 많이 든다는 것을 알게 하고 계산하도록 하는 것보다 어렵다”고 덧붙였다.

더크워스 의원은 귀국 후 같은 달 20일 12명의 상원의원들과 함께 미국과 대만간 군사 협력을 제안한 초당적 파트너십 법안을 발의했다. 대만군은 이미 미국 주방위군으로부터 군사 훈련을 받고 있기도 하다.

더크워스 의원은 미국이 대만과 대만해협 유사시 대비 태세를 갖출 수 있도록 상시적인 군사협력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매체는 전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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