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차기 총리 유력 정치인, 수해현장서 웃고 떠들다 ‘딱 걸려’

이은택 기자 입력 2021-07-19 03:00수정 2021-07-19 0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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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애도 연설하는 동안 ‘수다’
고스란히 방송에 중계… 결국 사과, 주민들 “이벤트성 방문 역겹다”
獨요양원 장애인 12명등 156명 숨져… 벨기에도 27명… 수백 명 연락두절
獨 100년만의 폭우가 휩쓸고 간 자리… 복구 나선 시민들 홍수가 휩쓸고 간 독일 서부 바트뮌스터아이펠의 거리에서 17일 한 여성이 진흙투성이가 된 집기를 물로 씻어내고 있다. 홍수 당시 떠내려 온 각종 집기와 잔해들로 거리가 엉망인 가운데 주민들이 복구 작업에 한창이다. 이 와중에 독일 기독민주당(CDU) 대표이자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지사인 아르민 라셰트(아래쪽 사진 가운데)가 이날 방문한 수해 현장에서 수다를 떨며 웃는 모습이 포착돼 비난을 받았다. 바트뮌스터아이펠=신화 뉴시스·DPA 캡처
역대 최악의 홍수로 지금까지 150명이 넘게 숨진 독일에서 차기 총리로 유력한 정치인이 수해 현장을 방문해 농담을 하며 웃었다가 비난을 받고 결국 사과했다. 슬픔에 잠긴 수해지역 주민들은 정치인들의 이벤트성 방문을 두고 “역겹다”고 비판했다.

17일 AFP통신에 따르면 독일 집권당인 기독민주당(CDU) 대표이자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지사인 아르민 라셰트는 이날 홍수 피해가 심각한 에르프트슈타트를 방문했다. 그는 9월 앙겔라 메르켈 현 총리의 임기가 끝나면 차기 독일 총리에 오를 것이 유력시되는 인물이다.

라셰트 주지사는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이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연설을 하는 동안 뒤에 다른 사람들과 서 있으면서 20초가량 수다를 떨었다. 그는 농담을 하며 웃음도 터뜨렸다. 이 모습은 고스란히 방송을 통해 중계됐고 비난이 일었다.

빌트 등 독일 언론은 “온 나라가 우는데 라셰트는 웃었다”고 비판했다. 한 독일 야당 의원은 “이 모든 상황이 주지사에겐 장난인가. 그가 어떻게 차기 총리가 되겠나”라고 했고, CDU와 연정을 구성한 사회민주당의 사무총장은 “말문이 막힌다”고 했다. 파문이 커지자 라셰트 주지사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부적절했고 사과의 말씀을 전한다”고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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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부터 서유럽을 강타한 폭우로 현재까지 독일에서 156명, 벨기에에서 27명 등 최소 183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수백 명이 연락 두절되거나 실종 상태라 사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미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독일 라인강과 아르강 사이의 작은 마을 진치히의 한 요양원에서는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 12명이 이번 홍수로 숨졌다. 이들은 요양원 1층에서 지내던 중 15일 오전 갑자기 차오른 물을 피하지 못하고 구조대가 도착하기 전 숨졌다. 같은 요양원에 살던 비장애인 24명은 고층으로 피해 목숨을 건졌다. 요양원 근처의 한 주민은 “비가 오기 전에 정부는 심각하게 경고하지 않았다. 사건 뒤에야 정치인들이 요양원을 줄줄이 방문하는 모습이 역겹다”고 NYT에 말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독일#정치인#수해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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