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곡물 생산 10년래 최저…제재·봉쇄·재해로 어려워” 인정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7월 14일 13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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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국제사회의 제재와 봉쇄로 경제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에너지와 식량 공급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스스로 인정했다. 백신 등 필수 의약품이 부족한 상태이고 기후변화와 이에 따른 자연재해로 주민 생활에 큰 타격을 받고 있다고도 밝혔다.

13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의 주유엔 한국대표부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화상으로 진행된 유엔 고위급 정치포럼(HLPF)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자발적 국별 검토(VNR) 보고서’를 발표했다. VNR은 2015년 유엔총회 결의에 따라 유엔이 매년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이행성과를 점검하고 회원국들은 자발적으로 이에 관한 자국의 이행 현황을 발표하는 제도다. 한국은 2016년부터 참여하고 있지만 북한의 발표는 작년에 팬데믹으로 연기되면서 이번에 처음 이뤄졌다. 이번 북한 보고서는 박정근 내각 부총리 겸 국가계획위원회 위원장 명의로 작성됐다.

북한은 이 보고서에서 “제재 및 봉쇄, 자연재해와 보건위기 지속은 경제성장의 도전 요소”라며 “에너지와 원자재 부족으로 제조업 생산은 불안정하다”고 자체 진단했다.

이어 “곡물 700만t 생산계획이 차질을 빚었다”며 “2018년에 495만t만 생산하면서 10년 내 최저치를 나타냈다”고 밝혔다. 북한은 “에너지 현안 해결이 최우선순위”라면서 “전력생산량이 감소 추세이며 2016년 가뭄이 발전 총량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보건 분야에서는 “의료인력·장비, 제약기술 기반, 필수의약품이 부족하다”면서 “백신 공급의 대부분은 (세계 백신 보급을 위한 비정부기구인) 세계백신면역연합(Gavi)에 의존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에 대해서는 이상고온, 황사, 태풍, 우박, 홍수 등의 피해를 나열하면서 “이런 반복적 재해로 식량생산 감소, 농업인프라 파괴 등 부정적 영향에 노출됐다”며 “인프라 현대화가 주요 도전 과제이며 낙후된 철도와 도로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북한은 성과를 표현한 부분에서는 기존의 주장들을 반복했다. 보고서는 “인민중심 사회주의 국가를 건설하고 배급체계를 통한 주민 수요를 충족했다”면서 “전 인구를 대상으로 무상주택도 제공했다”고 자찬했다. 국제사회에서 제기되는 인권 침해 우려를 의식한 듯 “아동폭력 학대 착취 인신매매 반부패를 금지했다”고 주장했다.

국제사회 파트너십 항목에서는 “제재와 봉쇄, 적대시 정책으로 주권과 개발권이 도전받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독립 평화 우정의 기치 아래 북한과 우호적인 모든 나라들과 우호적이고 협력적 관계를 발전시키고 남남협력(개도국 간 협력)을 증진했다”고 기술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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