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살겠다” 공산국가 쿠바서 27년만에 반정부 시위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입력 2021-07-13 03:00수정 2021-07-13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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잦은 정전-생필품 부족 등 경제난 속
방역 실패로 확진자 급증… 국민 분노
대통령 “시위대에 맞서라” 대응 지시
“공산주의자에 반대” 27년 만에 거리로 나온 쿠바인들 11일 쿠바 수도 아바나에서 반정부 시위가 열렸다(큰 사진). 이날 아바나를 비롯한 쿠바의 주요 도시에서는 경제난과 잦은 정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에 따른 고통 등을 호소하는 시위가 잇따랐다. 같은 날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 있는 쿠바 이민자 밀집지역 ‘리틀 아바나’에서도 쿠바인들을 지지하는 시위가 벌어졌다(작은 사진). 이들은 ‘공산주의자에 반대한다’는 깃발을 들고 시위에 나섰다. 아바나·마이애미=AP 뉴시스
30년 가까이 시위가 벌어지지 않았던 공산국가 쿠바에서 11일 민주주의와 자유를 요구하는 이례적인 시위가 벌어졌다. 미국의 제재와 이에 따른 경제 사정 악화 등으로 가뜩이나 성난 민심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폭발했다.

이날 AFP통신 등에 따르면 쿠바의 수도 아바나를 비롯해 산티아고, 산타클라라 등 주요 도시에서 시위가 벌어졌다. 아바나 일부 지역에서는 정전 상태가 6시간 가까이 계속되자 시민들이 거리로 몰려 나왔다. 지역별로 수백, 수천 명의 시위대는 “자유를 달라” “독재 타도” 등을 외치며 행진했고, 이를 저지하려는 경찰에 맞서 격한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시위대가 동영상을 실시간 중계하거나 촬영해 공유한 영상이 퍼지면서 다른 지역으로 시위가 확산됐다.

쿠바에서 시위가 벌어진 것은 1994년 피델 카스트로 정권 때가 마지막이었다. 이후 쿠바가 해상 국경을 열면서 반체제 인사들이 대거 미국 등지로 빠져나갔다. 이런 엑소더스 현상과 함께 공산당의 강력한 통제 아래 잠잠해졌던 시위가 이날 27년 만에 다시 벌어진 것에 외신들은 주목하고 있다.

쿠바에서는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는 추세다. 9일 하루에만 6422명의 감염자가 나오면서 최고치를 기록했다. 11일엔 47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현재까지 누적 사망자는 1500명에 이른다. 수십 년간 지속돼 온 열악한 경제 상황과 관료주의도 불만이 누적된 원인이다. 미국의 제재로 경제 활로가 막혔고 코로나19로 관광객이 급감한 데다 올해 정부가 시도한 화폐 개혁으로 인플레이션이 일어났다. 아바나에서 남쪽으로 30km 떨어진 산안토니오데로스바뇨스 지역의 한 시위 참가자는 AFP통신에 “사람들은 전기와 식량(부족) 상황에 화가 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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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겔 디아스카넬 대통령은 “우리는 모든 혁명대원과 공산주의자들이 시위가 벌어진 거리로 나가 단호하고 용기 있는 태도로 이들과 맞설 것을 요청한다”며 대응을 지시했다. 그는 “쿠바계 미국인 마피아들이 쿠바 내 불만을 부추겼다”며 책임을 미국에 돌리기도 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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