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타변이’로 팬데믹 새 국면…또 다른 ‘절망의 계절’ 올까

  • 뉴스1
  • 입력 2021년 7월 1일 13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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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기간이 6개월 을 넘어선 가운데 지금까지 총 30억여회의 백신 접종이 이뤄졌지만, 선진국과 저개발국의 격차는 30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블룸버그 통신 온라인 보도화면 갈무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기간이 6개월 을 넘어선 가운데 지금까지 총 30억여회의 백신 접종이 이뤄졌지만, 선진국과 저개발국의 격차는 30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블룸버그 통신 온라인 보도화면 갈무리.
전염력 높은 인도발 델타 변이 출현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이 새 국면을 맞았다. 영국처럼 간신히 한고비 넘기는 듯했던 국가들이 재유행에 직면하는가 하면, 콜롬비아와 아르헨티나처럼 새 진원지로 부상하는 국가도 있다. 인도와 브라질은 여전히 매일 5만 명에 가까운 확진자가 속출한다.

알파에서 베타, 감마, 델타로 이어지는 신종 변이주가 계속해서 출현하면서 팬데믹 극복은 요원한 일로 여겨지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작년 봄과 지난 겨울 세계가 겪은 ‘절망의 계절’이 다시 찾아올지는 최대 관심사다. 코로나19의 근미래를 두고 여러 가능성이 제기되지만, 이를 가를 최대 변수는 단연 ‘백신’이 될 전망이다.

◇미국 “겨울 같은 대유행 없다”…백신 접종 ‘자신감’

전 미국 식품의약국(FDA) 국장으로 현재 화이자 이사를 맡고 있는 스콧 고틀립 박사는 30일(현지시간) CNBC방송에 출연해 델타 변이 확산에도 미국에 지난 겨울과 같은 대유행 사태는 다시 오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미국은 올해 1월 2일 하루 확진자가 30만462명까지 발생하며 세계 어느 나라보다 맹렬한 팬데믹의 터널을 지나왔다. 당시 하루 사망자만 2400여명씩 발생했다. 미국의 총 확진자 수는 3500만 명에 육박, 누적 기준으로는 아직까지도 세계 최다 기록을 갖고 있다.

고틀립 박사는 “(변이주 유행에 따라) 전반적으로는 확진자가 늘겠지만, 백신접종률이 높은 지역에서는 적어도 현재 확산하는 변이주에 대해서는 상당히 보호받고 있다고 본다”면서 “많은 사람들이 백신을 맞았기 때문에 변이 바이러스의 영향은 상당히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변이 바이러스 확산에 따라 미국에 확진자 수가 1만 명대로 다시 늘기 시작했지만, 사망자 수는 하루 200명 안팎으로 유지되고 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현재 미국인 54%가 적어도 1회 백신을 맞았으며, 46%는 접종을 완전히 마쳤다.

미국보다 백신 접종률이 높은 영국의 상황은 더 고무적이다. 영국의 1회 접종률은 전체 66%, 2회 접종률은 49%에 달하는데, 최근 델타 변이 유행으로 하루 확진자가 2만6000여명씩 발생해도 사망자 수는 20명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올초 알파 변이 유행 당시 하루 확진자가 6만 명, 사망자가 2000명씩 나오던 상황과는 확연히 대비된다.

결국 ‘n차 유행’이 오더라도 피해 규모를 가를 변수는 백신이라는 지적이다. 고틀립 박사는 “무엇보다도 올바른 대응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고틀립 박사는 최근 변이 확산 사태에도 강력한 봉쇄 조치를 다시 실시하는 데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제는 사전 예방보다 사후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면서 “확산을 우려해 미리 업무 중단이나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조치를 해선 안 되고, 징후를 보면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신이라는 강력한 대응 수단을 확보한 국가들이 델타 변이 유행 상황을 보는 관점은 미국과 비슷하다. 이스라엘은 최근 델타 변이 확산으로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조치를 재개했지만, 그 밖에 다른 봉쇄 조치는 실시하지 않기로 했다. 영국도 입원율과 사망률이 높지 않은 점을 들어 최근 재유행에도 오는 19일 예정한 봉쇄 해제를 강행할 전망이다.

문제는 백신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국가들도 각종 변이 바이러스 유행 앞에서 팬데믹 극복을 자신할 수 있냐는 점이다.

◇겨울 찾아온 남미·백신 부족 허덕이는 아프리카

남반구에 겨울이 찾아오면서 콜롬비아와 아르헨티나는 10대 코로나19 확산국 순위에 이름을 올리기 시작했다.

인구 규모가 5100만 명 정도로 한국과 비슷한 콜롬비아의 하루 확진자 수는 2만7000명대로, 일일 기준으로는 인도와 브라질에 이어 세계 세 번째로 높다. 인구 규모가 4500만으로 한국보다 조금 적은 아르헨티나도 하루 확진자 수가 2만4000명을 넘나든다. 두 나라에서는 하루 600명씩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다.

인근 페루는 정확한 하루 확진자 수 집계가 나오지 않고 있지만, 존스홉킨스대에 따르면 인구 당 코로나19 관련 사망률이 9.4%로 세계에서 가장 높다. 인구 규모가 작아 전체 통계에서 두드러지지 않는 중미·카리브해 국가 가운데서도 하루 2000명에 육박하는 확진자가 꾸준히 발생하는 나라들이 있다. 쿠바는 전일 2970명이 확진되고 14명이 숨졌다.

도미니카공화국 출신인 카리사 에티엔 판아메리카보건기구(PAHO) 국장은 이날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캐나다 등 북반구는 감염률이 떨어지는 반면, 중남미·카리브 국가에선 확진자 수는 늘고 백신 접종은 뒤처지고 있다”면서 “이들 국가에 팬데믹 종식은 ‘아득한 미래’”라고 말했다.

설상가상 카리브해에 허리케인 시즌이 다가오면서 백신 접종률이 높아야 인구 10명 당 1명꼴인 이 지역의 감염 상황은 아직 어두운 터널에 머물러 있다.

세계 최저 수준의 백신 접종률을 보이고 있는 아프리카도 마찬가지다. 현재 3차 유행을 겪고 있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접종률이 3.9%로 그나마 높은 편이지만, 나이지리아(1%), 소말리아(0.9%), 민주콩고(0.1%) 등으로 미미한 수치를 보이고 있다. 50% 안팎으로 수렴하는 서방 선진국과는 정반대다.

전일 블룸버그 통신 집계에 따르면 전세계에 총 30억회의 백신이 접종된 가운데, 선진국과 저개발국의 접종 속도 차이는 30배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현재 세계가 직면한 팬데믹의 새 국면에 대해 “이제 우리는 불평등으로 인한 투트랙의 전염병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

게브레예수스 총장은 아프리카 에리트레아 태생인데, 에리트레아를 포함해 부룬디와 탄자니아 등 아프리카 3개국과 중남미 아이티 그리고 북한까지 다섯 나라만 아직까지 백신 접종을 시작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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