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생기고 돈 많은 연하 남편 구해요” 印 페미의 파격 광고

김혜린 동아닷컴 기자 입력 2021-06-29 21:30수정 2021-06-29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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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주요 일간지에 게재된 ‘신랑 구함 광고’. 트위터 갈무리
페미니스트를 자처하는 인도의 한 30세 여성이 신문에 ‘잘생기고 부유한 연하 남편을 찾는다’는 구혼 광고를 올려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24일(현지 시각) 영국 BBC에 따르면 인도의 주요 일간지 ‘구혼 광고란’에는 짧은 머리와 피어싱을 한 30세의 페미니스트가 자신의 결혼 상대를 찾는 광고가 게재됐다.

그녀는 자신을 공공분야에서 일하고 있다고 소개하며 “잘생기고 부유하고 트름을 하지 않는 25~28세의 연하 남편을 찾는다”고 알렸다. “최소 8만㎥ 이상의 농장을 가져야 하며, 튼튼하고, 요리도 잘하고, 아첨하지 않고, 외동 아들이어야 한다”는 조건도 덧붙였다.

알고 보니 이 광고는 30번째 생일을 맞은 삭쉬(이하 모두 가명)의 오빠 스리잔과 친구 다미안티가 꾸민 장난이었다. 스리잔은 “서른 살은 특히 결혼에 관한 이야기가 주가 된다”며 “서른 살이 되면 가족과 사회가 결혼을 해 정착하라는 압력을 가하기 시작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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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는 인도 북부 12개 도시에 나왔으며 이를 위해 약 1만 3000루피(한화 약 19만 7000원)의 돈이 들었다. 스리잔은 “삭쉬의 생일을 축하해주기 위해 사용했을 금액”이라고 설명했다.

스리잔은 삭쉬의 생일 전날 밤 그녀에게 종이 두루마리를 선물했다. 두루마리에는 한 이메일 주소와 비밀번호가 적혀 있었다. 당시 삭쉬는 이 주소가 어떤 의미인지 전혀 알 수 없었다.

그리고 생일 당일, 스리잔은 결혼 광고가 게재된 신문 한 부를 삭쉬에게 가져다줬다. 삭쉬는 “신문을 받고나서야 알아채고 즐겁게 웃었다”며 “재밌는 장난이었다”고 회상했다.

인도 주요 일간지에 게재된 ‘신랑 구함 광고’를 공유한 유명인들. 트위터 갈무리


그런데 인도의 유명인들이 이 광고를 자신의 SNS에 공유하면서 광고가 널리 퍼지게 됐고, 이후 삭쉬는 60통이 넘는 이메일을 받았다. 삭쉬는 “어떤 한 남자는 ‘순순하고 전혀 고집이 세지 않은 당신의 남자’라고 이메일에 적었다”며 “많은 사람들이 재밌게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누리꾼들은 해당 광고에 대해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이들은 삭쉬가 자본주의에 반대하면서 부유한 남편을 찾는 것을 두고 “남자에게서 돈을 우려내려는 여자(gold digger)”라고 비난하는가 하면 “30세인데 25~28세 남성을 찾는 쿠거(젊은 남자와의 연애나 성관계를 원하는 중년 여성)”라고 조롱하기도 했다.

이 같은 반응에 친구 다미안티는 결혼의 90%가 중매로 이뤄지는 인도의 상황을 지적하며 “모든 사람들이 잘 꾸며진 신랑을 원한다. 그런데 그것을 실제로 보니 많은 사람들이 격분한 것 같다”고 말했다.

삭쉬는 “남자들은 항상 키 크고 날씬한 신부들을 찾고 자신들의 부를 자랑하지만, 상황이 바뀌면 참지 못하는 것 같다”며 “이 광고는 그런 이야기에 대한 풍자적인 표현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는 ‘아름다운 신부를 원한다’는 광고를 낸 사람들과 다를 게 없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 광고에 분노를 느낀 사람들에게 삭쉬는 “당신은 매일 신문에 나오는 모든 성차별적이고 카스트제에 기반을 둔 ’신부 구함’ 광고에 이렇게 반응하는가”라며 “만약 그렇지 않다면 당신은 가부장제를 억제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김혜린 동아닷컴 기자 sinnala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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