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공연에 가방 등 선물공세… 12~15세 유소년 접종 총력전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6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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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市‘10대 백신 접종 파티’ 현장 가보니]
부모와 함께 오면 예약없이 OK… 공짜 음식-아이스크림도 나눠줘
美 9월학기 100% 등교수업 목표, 성인 접종 지체… 10대 접종이 관건

5일 오후 미국 뉴욕 잭슨하이츠의 한 공원에서 자원봉사자들이 ‘모바일 백신 버스’(오른쪽)에서 화이자 백신을 맞고 나온 사람들을 관찰하고 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5일 오후 미국 뉴욕 잭슨하이츠의 한 공원에서 자원봉사자들이 ‘모바일 백신 버스’(오른쪽)에서 화이자 백신을 맞고 나온 사람들을 관찰하고 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토요일인 5일 오후(현지 시간) 미국 뉴욕 퀸스 잭슨하이츠라는 마을의 한 공원. 한 쪽에서는 라이브 밴드가 팝 음악을 연주했고, 거리의 푸드 트럭들 앞에는 공짜 음식과 아이스크림을 받아가려는 사람들로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가족 단위 나들이객이 몰린 이 행사는 뉴욕시 당국이 주최한 ‘유소년 백신 주간’(Youth Vax Week)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백신 접종 파티’. 12~15세의 자녀가 부모를 동반하면, 예약 없이 현장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맞을 수 있는 행사다.

이날 아버지와 함께 이곳을 방문해 화이자 백신 주사를 맞은 나플 뉴힌 군(13)은 “백신을 맞고 여러 곳을 더 안전하게 다니고 싶어서 왔다”며 “아직 주변에 백신을 맞은 친구가 한두 명 밖에 없는데, 다른 친구들에게 접종을 권하겠다”고 말했다. 12, 14, 17세 남매를 모두 데리고 이곳에 온 중년 여성 엘리자베스는 “아이들을 바이러스로부터 보호해주기 위해 백신을 접종시켰다”고 말했다. 현장을 찾은 많은 학생과 학부모들은 각자 학교에서 이번 행사에 대한 공지문을 사전에 받았다.

이곳에는 사람들의 백신 접종을 유도하기 위해 눈길을 끄는 이벤트가 곳곳에 마련돼 있었다. 최근 뉴욕시의 명물이 된 모바일 백신 버스는 물론, 무료 푸드 트럭과 밴드의 라이브 공연 등이 이들을 맞이했다.

행사장 한켠에는 백신을 맞은 가족들을 위한 즉석 사진촬영 코너가 있었고, 그 옆에선 자유의 여신상이 백신을 맞고 팔뚝을 자랑하는 그림이 새겨진 가방을 선물로 나눠줬다. 이곳 담당자는 기자에게 “지금까지 사람들이 받아 간 가방은 수백 개에 이른다”고 했다.

백신을 맞는 절차도 간단했다. 자원봉사를 나온 텐좀 씨는 “필요한 것은 신분증 하나 뿐”이라면서 “오늘만 현재까지 100명 이상이 현장에서 접수하고 백신을 맞았다”고 했다. 뉴욕시 ‘백신 지휘본부’에서 일한다는 알렉산드라 씨는 “10대들을 위해 백신에 대해 알려주고 접종을 할 수 있도록 뉴욕시 전역에서 이런 커뮤니티 행사를 진행 중”이라고 소개했다.

미국이 10대 청소년들의 백신 접종에 사활을 걸고 나섰다. 지난달 화이자 백신의 12~15세 접종을 긴급 승인한 미국 보건당국은 올 여름 이들에 대한 접종율을 끌어올려 올 9월 학기부터 ‘100% 등교 수업’ 등 학교의 전면 정상화를 이룬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모더나 역시 12세 이상 임상에서 100% 효과가 나타났다면서 이달 중 당국에 긴급 승인을 신청할 계획이다.

15세 이하에 대한 접종이 이처럼 막 시작한 단계인데도 당국이 벌써부터 급하게 시동을 거는 것은 성인에 대한 접종에서 더 이상 속도가 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독립기념일(7월 4일)까지 성인의 70%에 최소한 1회 백신을 맞히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지만 현재 접종률은 63% 가량으로 지금의 추세라면 달성이 쉽지 않다. 사실상 어른들 중에서는 백신을 맞고 싶은 사람은 이미 다 맞았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성인들의 접종 지체 현상이 어린이나 청소년을 더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클리블랜드의 어린이 감염병 전문가인 에이미 에드워즈는 CNN방송에 “사실 모든 어른이 다 접종한다면 아이들은 백신을 맞을 필요가 없다”면서 “그런데 현실에선 성인들 상당수가 백신을 안 맞고 있기 때문에 아이들이 취약해질 수 있고 그래서 이들에 대한 접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국이 진정한 집단면역을 이루기 위해 아이들의 역할이 필요해졌다는 뜻이다.

기존에는 코로나19에 강한 것으로 인식돼 온 미성년자들이 실제로는 바이러스에 상당히 취약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연구를 보면 올 1분기 코로나19로 병원에 입원한 12~17세 환자 중 3분의 1가량이 중환자실 치료를 받았고 5%는 인공호흡기가 필요했던 것으로 집계됐다. 로셸 월런스키 CDC 국장은 4일 성명에서 “병원에 입원한 유소년 환자의 숫자에 깊이 우려한다”며 “부모와 친지들이 10대들의 예방 접종을 독려해 달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일부 부모들은 반대로 10대 자녀의 접종을 가로막고 있다. 필라델피아 어린이병원의 폴 오핏 박사는 CBS방송에 “백신이 안전하다는 것을 부모들에게 설득하는 것이 큰 장애물 중의 하나”라고 말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뉴욕#백신 접종 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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