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5년 만에 부부당 3자녀 출산을 허용하며 30여 년간 지속된 산아 제한의 빗장을 대폭 풀었지만, 단순히 자녀 수를 1명 더 허용하는 정책만으로는 중국의 출산율과 전반적인 인구 성장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31일 치솟는 주거비와 교육비 등 중국 젊은 층이 처한 팍팍한 삶을 지적하고, 전문가들의 견해를 인용해 “셋째를 갖도록 장려하는 효과적인 인센티브와 국가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나 더 낳으라면 낳나”…콧방귀 끼는 中 여성들: 중국 허난성에 사는 정팡(38)은 초등학생 자녀 둘을 키우는 엄마다. 그는 SCMP와의 인터뷰에서 3자녀 허용 정책에 장단점이 있다고 말했다.
정씨는 “두 아이만으로도 이미 머리가 아프다. 셋 낳으면 죽을 것”이라며 “집값과 교육비 등 압박이 어떨지 상상할 수조차 없다”고 했다. 그는 “그런데 또 셋째가 있으면 집에 활기와 온기가 돌 것”이라며 “더 많은 아이를 갖는 건 축복이라 내적 갈등이 생긴다”고 덧붙였다.
광둥성에 사는 리페이니(27)는 이미 낳은 두 아이를 키우는 것만으로도 벅차다고 했다. 그는 “셋째를 낳는 건 생각도 않고 있다”면서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아이를 하나만 낳고 싶다. 그래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가 3자녀 허용 정책을 발표한 31일 중국 최대 소셜미디어 웨이보에서는 갑론을박이 이어졌지만, 정책 효과에 대한 기대감은 낮았다고 CNN과 SCMP는 전했다. 수많은 웨이보 이용자들은 이번 정책으로 아이를 더 낳는 부부가 늘어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그 이유로는 Δ치솟는 집값 Δ장시간 근로 Δ치열한 경쟁 Δ높은 교육비 등 현대 중국인들의 팍팍한 삶이 지적됐다.
한 웨이보 사용자는 “삶의 압박이 이렇게 심한데 어떻게 아이를 가질 여유가 있겠느냐”고 되묻기도 했다.
중국 관영 신화 통신이 진행한 온라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3만1000명의 응답자 중 90% 이상인 2만8000명은 “셋째 갖는 걸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답한 반면, “셋째를 갖겠다”고 한 응답자는 1600명에 그쳤다. 다만 이 설문 결과는 현재 온라인상에서 삭제됐다.
◇전문가들 “인센티브 도입해야”: 전문가들은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선 치솟는 생활비 부담 등 사실상 출산과 육아를 억제하는 생활 환경을 개선할 후속조치와 인센티브가 병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항셍은행의 왕단 수석이코노미스트는 “3자녀 정책이 중국의 출산율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더라도 당국이 바라는 만큼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가 5년 전 1자녀 정책을 2자녀 정책으로 완화했을 당시에도 출산율이 잠시 상승했지만 정책 효과는 3년을 넘기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높은 집값과 교육비, 여성의 경제활동 보호 장치 부족은 자녀를 갖는 데 있어 경제적 제약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부분의 중산층에게는 셋째를 갖는 비용이 너무 높을 것”이라면서 “이러한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면 조세제도를 개편해 정부 보조금을 마련하고, 가임기 여성을 고용할 인센티브를 기업에 제공하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핀포인트에셋매니지먼트 장지웨이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출산율의 경우 중국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들도 하락하는 추세라 반전시키기 어렵다”면서 “이번 산아제한 완화 정책은 향후 20년 동안 노동력이 감소하는 추세에 있어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정부가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려면 결국 은퇴 시기를 늦추는 정책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주재한 이번 공산당 정치국 회의에서는 산아제한 완화와 함께 정년 연기, 육아 서비스 개선, 출산 휴가 등 다른 제안들도 논의됐다고 SCMP는 전했다. 정치국은 이번 회의 결과 이후 발표한 성명을 통해 “부부가 세 자녀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여러 지원 조치가 함께 도입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중국의 인구 구조를 개선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1980년대를 전후로 30여 년간 이어진 중국의 산아 제한 정책 기간 불거진 남아 선호 사상으로 인해 지난해 기준 남성 인구수가 여성 인구보다 3490만 명이나 많은 불균형이 초래됐다고 SCMP는 전했다. 남녀 성비 불균형과 여성 인구 부족 역시 출산율 감소의 중요한 한 가지 원인이 되고 있으며, 중국 사회과학원에 따르면 가임기 여성 인구수는 2011년 정점을 찍은 이후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상하이 사회과학아카데미 인구학자 정탕리앙은 “중국 정부는 생식권이 기본적인 인권임을 인정했는데, 이번 정책도 여전히 기본적 인권으로서의 국민의 재생산권에 개입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 같은 제약을 완전히 풀고, 모든 종류의 출산 관련 제한을 폐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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