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촬영 남성 잡았는데…경찰 “휴대폰 왜 안 뺏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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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이 맞은편 여성을 몰래 촬영하는 모습이 뒷 창문에 반사되고 있다. 트위터 ‘catto’ 갈무리
남성이 맞은편 여성을 몰래 촬영하는 모습이 뒷 창문에 반사되고 있다. 트위터 ‘catto’ 갈무리
싱가포르 지하철에서 맞은편 여성을 휴대전화로 몰래 찍다가 걸린 남성이 증거를 모두 삭제하자, 경찰이 피해 여성에게 왜 휴대폰을 빼앗지 않았느냐고 질책해 논란이 되고 있다.

27일(현지시간) 복수의 현지 매체에 따르면 지난 17일 오후, 친구와 함께 싱가포르 뉴턴역으로 향하는 지하철을 탄 A 씨(19)는 건너편에 앉은 남성이 휴대전화를 부자연스럽게 들고 있는 걸 발견했다.

이상한 낌새를 느낀 A 씨는 남성을 주시했다. 이내 지하철이 터널로 진입하면서 남성의 휴대폰 화면이 지하철 창문에 비치자 A 씨는 경악했다. 남성이 A 씨의 가슴 부분만 확대해 동영상을 찍고 있었기 때문이다.

남성이 맞은편 여성을 몰래 촬영하는 모습이 뒷 창문에 반사되고 있다. 트위터 ‘catto’ 갈무리
남성이 맞은편 여성을 몰래 촬영하는 모습이 뒷 창문에 반사되고 있다. 트위터 ‘catto’ 갈무리

놀란 A 씨는 바로 남성에게 다가가 휴대전화 사진첩을 보여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남성은 “왜 그러냐. 싫다”는 말만 반복했다. A 씨가 “당신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면 나한테 사진첩을 보여줄 수 있는 거 아니냐”고 따져 묻자 남성은 그제야 A 씨에게 휴대폰을 건넸다.

A 씨는 곧바로 사진첩을 뒤졌다. 아니나 다를까 휴대폰에는 A 씨의 사진이 있었다. 포르노 여성 사진들로만 가득 찬 폴더도 있었다. 남성은 A 씨가 휴대전화를 아예 가져가려 하자 곧바로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며 다시 빼앗았다.

남성이 출동한 경찰에게 휴대폰을 보여주는 모습. 트위터 ‘catto’ 갈무리
남성이 출동한 경찰에게 휴대폰을 보여주는 모습. 트위터 ‘catto’ 갈무리

친구가 경찰에 신고하는 사이 A 씨는 비상 정차 버튼을 눌렀다. 남성은 경찰이 오기 전에 휴대폰에 있는 사진과 영상을 모두 삭제했다. 이 과정을 A 씨가 모두 촬영해 출동한 경찰관에게 보여줬지만 경찰은 “확실한 증거가 없다”며 성희롱이 아닌 ‘고의적인 괴롭힘’으로 해당 사건을 분류했다.

그러나 어이없는 일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사건 이후 A 씨는 자신을 대중교통 보안 사령부 소속 경찰이라고 밝힌 남성으로부터 메시지 하나를 받았다. 이 경찰관은 A 씨에게 “남성이 촬영한 것을 봤다면서 왜 남성의 휴대전화를 빼앗지 않았느냐”고 질책했다. A 씨가 “그 상황에서 내가 뭘 더 어떻게 했어야 하냐”면서 반박하자 경찰관은 서둘러 대화를 종료했다.

A 씨는 지하철에서 불법 촬영을 한 남자의 사진과 경찰관과 주고받은 메시지를 트위터에 올리며 “자신과 같은 피해를 겪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 공개한다”고 밝혔다. 싱가포르 경찰 측은 해당 경찰관의 부적절한 행동에 대해 징계를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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