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간 문자·전화…EU, 화이자 18억회분 싹쓸이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4월 29일 15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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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AP 뉴시스
사진 AP 뉴시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제약사 화이자 최고경영자(CEO)와 끊임없이 문자와 전화를 주고받으며 신뢰를 쌓은 덕에 EU가 화이자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대규모로 확보할 수 있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28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EU는 2023년까지 화이자 백신 18억 회 분을 받기로 했고, 이번 주 안에 계약을 최종 체결할 예정이다. 단일 백신 공급 계약으로는 최대 규모다. 세계 대부분이 백신 부족으로 허덕이는 와중에 EU로서는 단비 같은 소식이다.

NYT는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의 개인 외교가 화이자 백신 공급 계약에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화이자의 앨버트 불라 CEO는 NYT에 “대통령과 총리, 왕을 비롯한 세계의 지도자들이 내게 (백신을 달라고) 손을 내민다”면서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과는 깊은 논의를 했기 때문에 서로 간에 깊은 신뢰가 생겼다”고 말했다. 불라 CEO는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에 대해 “변이 바이러스를 포함해 모든 일의 세부 사항을 알고 있었다. 그 덕분에 대화 내용이 훨씬 더 깊어졌다”고 말했다.

앨버트 불라 화이자 CEO. 사진 AP 뉴시스
앨버트 불라 화이자 CEO. 사진 AP 뉴시스


두 사람이 처음으로 연락한 건 올해 1월이다. 불라 CEO는 벨기에 생산시설 업그레이드로 인한 백신 공급 차질을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에게 설명했다. 이후 두 사람은 문자와 전화를 지속적으로 주고받으며 유대를 쌓아나갔다.

2월로 들어서자 EU가 크게 의존하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공급 지연 문제가 터졌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의 위기 대처 리더십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 때 불라 CEO와 쌓은 유대관계가 힘을 발휘했다. NYT는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한 달 동안 불라 CEO와 전화와 문자를 주고받았다”며 “이것이 백신 계약이라는 성과로 이어졌다”고 전했다. EU는 2월 17일 화이자 백신 2억 회 분 계약을 맺었고, 이달 19일에는 1억 회 분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었다.

EU 인구(약 4억5000만 명)가 4회씩 접종할 수 있는 18억 회 분 계약이 이번 주 안에 체결되면 EU는 미국을 제치고 화이자의 최대 코로나19 백신 고객이 된다. 백신 여분이 생기면 외교에 활용할 수도 있다. NYT는 “이번 계약은 (정치인의) 정치적 생존 노력과 기업의 판매 전략이 딱 맞아떨어진 결과”라고 평가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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