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치고 숨고 싸워라’ 美총기난사에 FBI 생존 수칙

뉴욕=유재동 특파원 입력 2021-04-19 15:45수정 2021-04-19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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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기 규제를 요구하는 미 학생들의 시위
‘총소리가 들리면 일단 현장에서 도망쳐라.’

미국에서 최근 총기 참사가 잇따르는 가운데 급박한 상황에서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명시한 ‘생존 수칙’이 널리 퍼지고 있다고 CNN방송이 18일 보도했다. 최근 미국에서 자주 발생하고 있는 총기 범죄의 실상이 어느 정도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현상으로 풀이된다.

미 연방수사국(FBI)이 홈페이지에 올린 동영상에 따르면 쇼핑몰이나 마트, 음식점 등 공공장소에서 총성이 울렸을 때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은 도망치는 것이다. 미 해군 특수부대 네이비실 전 요원인 제프 버틀러는 “제자리에 얼어붙는 것은 가장 나쁜 행동이다.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는 출구가 보이면 절대 그 자리에 머물러 앉지 말라”고 했다.

만약 도망치는 게 여의치 않다면 숨는 것이 차선의 방법이다. 그리고 최대한 조용히 경찰에 전화를 걸어 상황을 알린다. 이도저도 어렵다면 맞서 싸워야 한다. 하지만 이는 극도로 위험하기 때문에 항상 마지막 선택지여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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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N은 이 ‘도망치고, 숨고, 싸워라’는 구호가 소방관들의 ‘멈추고, 누워서, 굴러라’는 현장 수칙만큼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는 소방관의 옷에 불이 붙었을 때 해야 하는 수칙으로 땅에 누워 옆으로 이리저리 구르라는 뜻이다.

미 위스콘신주 총기 난사 현장 조사하는 경찰
이번 주말에도 미 전역은 수많은 총기 폭력 사건으로 얼룩졌다. 18일 오후에는 시카고의 한 맥도날드 매장 앞에서 7세 흑인 소녀가 여러 발의 총격을 받아 숨졌다. 사건의 범인과 범행 동기 등은 알려지지 않았다. 이날 새벽 1시경에는 위스콘신주 커노샤의 한 술집에서 총기 난사가 발생해 3명이 숨지고 다수가 부상을 입었다. 경찰에 체포된 용의자는 당시 술집을 떠나라는 요구를 받은 뒤 다시 돌아와 총을 쐈다. 같은 날 낮 12시경에도 텍사스주 오스틴의 한 아파트에서 총격 사건이 일어나 3명이 숨졌다. 경찰은 40대 흑인 남성을 용의자로 특정했지만 아직 붙잡히지 않아 주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미국 내 모든 총기 사고 정보를 기록하는 비영리단체 ‘총기 폭력 아카이브’에 따르면 올 들어 18일 현재까지 미국에서 총기 폭력에 목숨을 잃은 사람은 5553명(자살 제외)으로 집계됐다. 희생자 가운데 11세 이하 어린이는 90명, 12~17세 청소년도 323명에 달했다. 작년과 올해 총기 폭력 사망자 숫자는 2016~2019년에 비해 약 25%가량 늘어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경제난과 빈부 격차가 심화됐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인종차별 발언과 대선불복 등이 사회불안을 키운 결과로 풀이된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내 총기 폭력을 줄이기 위해 관련 규제의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온라인으로 부품을 사서 조립해 만드는 ‘유령총’을 규제하고 위험 인물의 총기 소지를 제한하는 ‘적기법(Red Flag Law)’을 각 주가 더 쉽게 도입하도록 하는 방안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실제 이런 법규의 집행이 이뤄지지 않아 사고를 유발하는 경우도 많다. 최근 인디애나주의 페덱스 창고에서 8명의 목숨을 앗아간 총격범도 과거 정신 질환 때문에 총기를 압수당했지만 불과 몇 달 뒤 합법적으로 더 위험한 총기를 구입할 수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뉴욕타임스(NYT)는 “총기를 가져서는 안 되는 사람으로부터 총을 빼앗아야 하는 적기법이 이 사건에서는 작동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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