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024년 대선 출마 가능성 시사…퇴임 39일 만에 첫 공개연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1일 10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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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8일(현지 시간) 2024년 대선 출마 가능성을 시사했다. 다만 신당을 창당하지는 않고 현재의 공화당 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며 202년 중간선거 공천 등에 적극적으로 관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1월 20일 퇴임 이후 39일 만에 처음으로 대중 앞에 선 보수정치행동회의(CPAC) 연단에서다.

그가 대통령 재직시 즐겨 입었던 빨간색 넥타이에 감색 양복차림으로 무대에 등장하자 수백 명의 청중이 열광적인 환호성과 기립박수로 그를 맞이했다. 대선 유세 때 로고송으로 썼던 ‘God Bless USA’가 배경음악으로 흘러나왔다. ‘MAGA(Make America Great Again)’ 모자를 쓴 지지자들이 곳곳에 눈에 띄었다.

“여전히 내가 그리운가”라는 질문으로 연설을 시작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우리의 여정이 끝나려면 한참 멀었다”며 “나는 여러분의 편에서 계속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새로운 당을 시작하지는 않겠다”며 “우리에게는 공화당이 있다. 공화당은 단합해서 그 어느 때보다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부정선거 의혹을 거듭 제기하던 그는 “내가 다시 출마해서 세 번째로 이길지 누가 아느냐”고 했다. 재선도 승리했다고 주장하는 그가 2024년 대선에 또 다시 출마하겠다는 뜻과 함께 정계복귀 의향을 강하게 시사한 것이다. “USA”, “4년 더”, “우리는 이겼다” 등의 연호를 외치는 청중들의 목소리가 급격히 커졌다. 흥분을 이기지 못한 듯 팔짝팔짝 뛰는 정장 차림의 남성도 눈에 띄었다.

그는 이어 “공화당은 강한 리더십을 필요로 한다”며 “나는 강하고 터프하며 똑똑한 공화당의 리더를 세우기 위해 적극적으로 활동하겠다”고 했다. 자신을 배신한 공화당 의원들에 대한 복수도 공개적으로 다짐했다. 상하원의 탄핵 심판에서 자신의 탄핵에 찬성했던 공화당 의원들의 이름을 일일이 거명하며 “다음 선거에서 이들 모두를 제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하원 공화당 서열3위인 리즈 체니 하원의원에 대해 “전쟁광”이라고 부르면서 다음 선거에서 낙선시킬 대표적 타깃으로 찍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비난과 독설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바이든의 첫 한 달은 근대 그 어떤 대통령의 취임 후 한 달보다 재앙적”이라며 “그의 정책은 반(反)일자리, 반(反)가족, 반(反)국경, 반(反)에너지, 반(叛)과학”이라고 공격했다. “바이든은 미국 우선주의를 미국 최후순위(America Last)로 만들어놨다”고 했고, “우리의 정체성과 번영과 안보가 위험에 빠졌다”고 주장하며 민주당의 ‘급진적 사회주의’ 맹공격에 맞서 싸우겠다고 했다. 이날 연설은 90분 가까이 이어졌다.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열린 올해 CPAC 행사는 미국의 보수인사 및 단체들이 총집결하는 최대 규모의 행사. 공화당을 중심으로 한 미국 보수파의 동향과 흐름을 읽을 수 있는 주요한 무대로 꼽힌다.

이날 CPAC 참석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설문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4년 출마하기를 원한다고 응답한 공화당원은 전체의 68%에 달했다. 그가 출마할 경우 지지하겠다는 응답도 55%로 절반을 넘었다. 그의 뒤를 이어 2위를 차지한 잠재 후보는 플로리다주의 론 드산티스 주지사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절반에 못 미치는 21%를 얻었다. 크리스티 노엄 사우스다코타주 주지사가 11%로 뒤를 이었고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은 단 1%에 불과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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