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 경제 성장’ 이끈 카를로스 메넴 전 대통령 별세…향년 90세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2월 15일 16시 23분


사진출처=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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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아르헨티나 경제에 빛과 그림자를 모두 남긴 대통령 카를로스 메넴이 14일(현지 시간) 별세했다. 향년 90세. AP통신 등에 따르면 메넴은 최근 건강 상태가 악화했고 요로감염으로 치료를 받던 중 숨졌다.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애도를 표하고 3일간 국가 애도를 선포했다.

시리아 이민자 가정 출신으로 변호사였던 메넴은 일찍 정계에 입문해 40대에 라리오하 주지사를 지냈다. 1989년 대통령 당선 이후 국영 기업 민영화, 가격 통제 정책 폐기, 달러 대비 페소화 환율을 1 대 1로 고정하는 ‘페그제’ 도입 등으로 심각했던 아르헨티나의 인플레이션을 진정시켰다. 연 5000%에 달하던 인플레이션은 1993년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 외교적으로는 미국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1982년 포클랜드 전쟁 이후 단절됐던 영국과의 국교도 되살렸다. 재선에 성공한 그는 1999년까지 10년간 집권했다.

그러나 이 때 도입한 정책들은 부채 위기의 ‘씨앗’이 됐다. 집권 후반기 빈부격차는 심해지고 실업률은 치솟았다. 환율을 고정해 글로벌 경제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없었다. 집권 후반부터 심화된 경제 위기는 결국 2001년 대규모 채무불이행(디폴트)으로 이어졌다.

메넴 전 대통령은 횡령·부패 스캔들에 휘말리고 불법 무기 수출 의혹을 받기도 했다. 2003년 대선에 출마했지만 낙선했고 2005년부터 상원 의원을 지냈다. 2001년 70세의 나이로 미스 유니버스 출신의 35세 칠레 여성과 재혼했다 10년 후 이혼했다. 1995년 아르헨티나 대통령으로선 처음으로 방한해 김영삼 전 대통령을 만났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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