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 의문의 내슈빌 차량 폭발사건…“9블록 떨어진 곳서도 감지”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2월 27일 16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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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테네시주의 주도(州都) 내슈빌에서 성탄절 아침에 의문의 차량 폭발 사고가 발생해 3명이 부상하고 1명이 숨졌다.

AP통신과 CNN방송에 따르면 25일(현지 시간) 오전 6시 30분경 내슈빌 2번가 북쪽에 주차돼 있던 하얀색 레크리에이션 차량이 폭발했다. 새벽 1시22분 그 자리에 주차된 것으로 알려진 이 차량에서는 폭발 15분 전 “폭탄이 터질 것이다. 이 메시지를 듣는다면 지금 대피하라”는 여성의 녹음된 목소리가 울렸다고 목격자들은 증언했다. 폭발에 앞서 총소리가 들린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인근 주민들을 대피시킨 뒤 위험물 취급반을 불렀지만 폭발을 막지는 못했다.

이 폭발로 경찰관 3명이 부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폭발 충격으로 인한 청력 손상 등으로 상태가 심각하지는 않다고 언론들은 전했다. 이후 현장에서는 유해에서 나온 것으로 보이는 인체 조직이 발견됐으나, 구체적인 신원이나 폭발 관련 여부는 현재까지 확인되지는 않았다.

순식간에 검은 연기가 치솟으며 주변 건물 수십 채의 유리창과 외벽을 파괴한 폭발은 9블록 떨어진 곳에서도 느껴질 정도로 강력했다. 인근의 통신회사 AT&T의 전화교환국 중앙사무실도 피해를 보면서 911 시스템을 비롯한 통신 서비스가 중단됐다. 최소한 41개 사업장이 손해를 입었다.

연방수사국(FBI)는 이번 사건이 사고가 아닌 의도적인 폭발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FBI는 내슈빌 교외의 안티오크에 위치한 한 집에서 사건과 관련된 정보를 입수하고 용의자를 추적하고 있다. CBS방송에 따르면 앤서니 퀸 워너라는 이름의 63세 남성이 용의선상에 올라 있다. 그가 폭발한 차량과 비슷한 흰색 레크리에이션 차량을 갖고 있었으나 현재 사라졌다는 것이다. FBI의 더글러스 코네스키 특별수사관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250명의 수사 요원과 분석가, FBI 직원이 500여 개의 단서를 추적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용의자를 비롯한 구체적인 수사 정보는 공개하지 않았다.

테네시주의 빌 리 주지사는 “피해가 충격적인 수준”이라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연방 비상사태 선포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주드 디어 백악관 부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 사건에 대해 브리핑을 받았고, 정기적으로 업데이트를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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