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민주파 누르려… 中, 선거제도 바꾼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2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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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장관 뽑는 선거인단 1200명중
구의원 몫 117명 없애는 방안 추진

중국이 홍콩 내 민주화 세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홍콩 행정장관을 선출하는 선거인단 1200명의 선출 방식을 변경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홍콩 민주인사의 ‘탈(脫)홍콩’ 행렬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반중 세력이 또다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2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중국 최고 입법기관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대) 상임위원회는 홍콩 행정장관 선출 방식을 바꿔 전체 1200명의 선거인단 중 구의원 몫 117명을 없애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선거인단은 구의원 중 117명, 홍콩 입법회(국회) 대표 70명, 중국 전국인대 대표 60명, 종교계 대표 60명을 비롯해 유통·교육·의료·금융 등 38개 직능별로 16∼60명씩 뽑는 직능별 선거인단 등으로 구성된다.

중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연기된 내년 입법회 대표 선거에서 범민주 진영이 승리할 가능성에 대비해 이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캐리 람 행정장관의 후임자를 뽑을 차기 행정장관 선거는 2022년 3월에 치러진다.

구의원 선거인단은 구의회 선거에서 승리한 진영이 117명을 모두 가져가는 승자 독식 구조다. 홍콩 범민주 진영은 지난해 11월 구의회 선거에서 전체 452석 가운데 388석을 차지했다. 이 때문에 현 방식대로라면 선거인단 117명이 모두 민주파의 몫이 된다. 물론 구의원 몫 선거인단을 현행대로 유지한다 해도 나머지 선거인단 대부분을 친중파가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후임자는 친중파가 뽑힐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중국 당국으로서는 불안 요소를 최소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한 친중파 의원은 SCMP에 “구의원은 자문기관일 뿐이며 그들의 힘과 기능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 당국이 선거를 1년여 남겨 놓은 시점에서 선거인단 변경을 추진하는 것에 대한 비판 여론 또한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홍콩 민주세력은 1997년 홍콩이 중국에 반환됐을 때부터 행정장관 직선제를 요구해왔다. 하지만 중국은 거듭해서 이 요구를 묵살하고 탄압했다. 대표 반중 인사 조슈아 웡 등이 주도한 2014년 민주화 시위 ‘우산혁명’ 또한 행정장관 직선제 요구에서 비롯됐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중국#홍콩#행정장관#민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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