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망신·바나나 공화국·정계 폭도”…美공화당 인사들도 ‘불복’ 비난

  • 뉴시스
  • 입력 2020년 11월 23일 15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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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근' 크리스티 "국가적 망신"-볼턴 "정계의 폭도"
호건 "바나나 공화국" vs 트럼프 "이름만 공화당" 설전
공화 상원의원 일부 "공식 정권 이양 시작할 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선 불복 행보를 이어나가고 있는 가운데 미 공화당 내에서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측근까지 나서 대선 승복을 촉구하는가 하면 “국가적 망신”“바나나 공화국”“정계의 폭도”와 같은 거친 비난도 쏟아지고 있다.

미 언론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 크리스 크리스티 전 뉴저지 주지사는 22일(현지시간) ABC 방송의 ‘디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솔직히 (트럼프) 대통령 법률팀의 행위는 국가적 망신(national embarrassment)”이라고 비판하며 패배를 인정할 것을 요구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 캠프의 변호사인 시드니 파월이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 주지사를 고발한 점을 거론했다. 조지아 주는 캠프의 요청에 따라 재검표를 실시했다. 결과는 조 바이든 차기 대통령 당선자의 승리였다.

크리스티 전 주지사는 트럼프 캠프의 변호인단이 “이들은 법정 밖에서는 사기라고 주장하나 법정 안에서는 사기를 제기하거나 논쟁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나는 대통령의 지지자다. 나는 그에게 두 번이나 투표했으나 선거는 결론이 났다. 우리는 어떤 일이 일어났는데 계속 발생하지 않은 것처럼 행동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나라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내가 강한 공화당원이고 나는 내 당을 사랑하는 만큼 나라를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화당 소속이자 ‘한국 사위’로 알려진 래리 호건 메릴랜드 주지사도 이날 미국이 “바나나 공화국처럼 보이기 시작했다”고 한탄했다. ‘바나나 공화국’은 부패 등으로 인한 정국 불안과 대외 경제의존도가 심한 국가를 경멸적으로 지칭하는 표현이다.

그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보통 세계의 선거를 감독한다, 우리는 (선거와 관련) 가장 존경받았다”며 “그런데 이제는 바나나 공화국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이제 이 터무니 없는 일을 그만 둘 때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의 불복 행보에 대해 “당 내 더 많은 사람들이 목소리를 내지 않아 부끄럽다”고 말했다.
호건 주지사는 한국산 코로나19 진단 키트를 놓고도 설전을 이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이 먼저 트위터를 통해 “(호건 주지사는) 이름만 공화당원”이라고 비난했다. 특히 극우 매체 브레이트바이바트의 ‘반(反)트럼프 영웅 호건 주지사가 한국에서 결함 있는 코로나19 진단키트를 들여오는데 돈을 썼다’는 기사를 게재하면서 “그는 결코 성과를 내지 못할 것이다. 호건은 그가 큰 돈을 지불한 결함 있는 진단 키트만큼 나쁘다”고 악담했다.

그러자 호건 주지사도 트위터를 통해 “당신(트럼프)이 제대로 일했더라면 코로나19 대유행 와중에 미국 주지사들이 직접 진단 키트를 구하러 다녀야 하진 않았을 것”이라며 “골프나 그만 치고 대선 결과에 승복하라”고 맞대응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화상으로 진행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도중 자리를 떠나 골프장으로 향한 것을 일갈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대유행이나 반인종차별 시위 와중에도 종종 골프 여행을 떠나 비판받은 바 있다.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을 ‘거리의 폭도’에 비유했다.

그는 CNN ‘스테이트 오브 더 유니언’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은 창문으로 돌을 던지는 것 같다. 정계의 거리의 폭도(street rioter)와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 폄하했다.

지난 20일 미시간 주의원들을 백악관으로 불러 압박했던 것은 “원시적인 정치 권력의 행사”라고 맹비난했다.
공화당 케빈 크레이머 상원의원은 NBC방송 ‘언론과의 만남’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결과를 놓고 법정에서 싸울 권리가 있다고 믿는다면서도 “이제 곧 끝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솔직히 정권 이양에 협력할 때가 됐다”며 “차기 행정부에 필요한 시간을 다 줘야 한다. 내일 아침에라도 당장 이양을 시작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같은 당 리사 머카우스키 상원의원도 “이제 완전하고 공식적인 인수인계 절차를 시작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주(州)마다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 절차를 보장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의 법적 주장을 관철하기 위한 소송 기회를 가졌고 법원은 해 줄 게 없다는 걸 알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각 주 의회를 압박하는 것은 전례도 없고 우리의 민주적 절차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은퇴를 앞둔 같은 당 팻 투메이 상원의원도 “트럼프 대통령은 사용할 수 있는 법적 수단을 다 썼다”며 “패배를 인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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