궤멸된 줄 알았더니… IS, 미군철수-코로나 틈타 다시 기지개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1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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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재선 겨냥 시리아 철수 공언… 이란은 경제제재에 토벌 주춤
작년 수장 사망후 힘 잃던 IS, 빈 총격 등 잇단 테러 다시 나서
중동에만 추종 전투요원 1만명… 구심점 마련땐 대형조직화 가능성
유럽 주요국 뒤늦게 IS경계령 강화

4일 영국 런던 국회의사당 앞에서 무장한 경찰들이 경비를 서고 있다. 최근 프랑스, 오스트리아 등에서 이슬람 극단주의자가 벌인 
테러가 잇따르면서 영국은 3일 국내 테러위협 경보를 ‘상당’에서 ‘심각’으로 높였다. 총 5단계로 이뤄진 영국 테러 경보에서 
‘심각’은 ‘위기’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런던=신화 뉴시스
4일 영국 런던 국회의사당 앞에서 무장한 경찰들이 경비를 서고 있다. 최근 프랑스, 오스트리아 등에서 이슬람 극단주의자가 벌인 테러가 잇따르면서 영국은 3일 국내 테러위협 경보를 ‘상당’에서 ‘심각’으로 높였다. 총 5단계로 이뤄진 영국 테러 경보에서 ‘심각’은 ‘위기’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런던=신화 뉴시스
지난해 10월 수장 아부바크르 알바그다디를 잃고 급속도로 세력이 약화됐던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유럽 중동 아프리카 등에서 기지개를 켜고 있다. 미국 대선결과가 빨리 확정되지 않고 있는 데다 해외 주둔 미군 철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등으로 국제 리더십 공조가 약해진 틈을 타 재건에 나섰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IS는 이달 2일 오스트리아 빈 총격 테러, 같은 날 아프가니스탄 카불대 자살폭탄 및 총기 난사 테러 등 곳곳에서 테러를 저지른 후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밝혔다. 올해 8월 서아프리카 니제르에서 발생한 프랑스 구호단체 직원 6명과 현지 가이드 2명의 피살 역시 이들 소행이다. 비슷한 시기 아프리카 모잠비크 내 IS 추종 단체는 북부 항구 도시 모심보아다프라이아를 한때 점령했다.

BBC 등에 따르면 지난달 18일 아부함자 알 꾸라시 IS 대변인은 지지층에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내 “서방과 이들에 동조한 사우디아라비아 내 경제 인프라를 공격하라”며 테러를 종용했다. 꾸라시가 메시지를 낸 것은 올해 1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중동 평화구상안에 반발하며 이스라엘 공격 의사를 밝힌 지 약 9개월 만이다.

한때 시리아의 약 절반, 이라크의 약 3분의 1을 점령하며 수니파 신정일치 국가를 자처했던 IS는 미군 주도의 국제동맹군에 밀려 차츰 힘을 잃었다. 지난해 3월 마지막 저항 거점이던 시리아 바구즈가 함락됐고 7개월 후 미군이 바그다디를 폭살했다. 트럼프 미 대통령 역시 “IS가 궤멸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재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공약인 시리아 및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 철수를 거듭 공언하면서 숨통이 트이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종파가 다른 IS 토벌에 적극 나섰던 시아파 맹주 이란이 서방 제재, 경제난, 코로나19 등으로 IS까지 손볼 여유가 없어지자 활동 범위를 넓혔다. 지난해 10월부터 계속된 반정부 시위로 고심하는 이라크, 내전 여파가 가시지 않은 시리아 역시 IS를 뿌리 뽑기 어려운 형편이다.

이를 감안할 때 아직 중동에서만 추종 전투요원이 1만 명에 달하는 IS가 구심점만 생기면 언제든 덩치를 불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9월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IS가 담배 밀수, 암호화폐, 인신매매 등으로 떼돈을 벌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특히 올해 초 세계 각국에서 코로나19가 창궐할 때 마스크 등 방역장비의 불법거래에도 가담했다. 미 재무부는 IS의 보유 자금이 3억 달러(약 3300억 원)가 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조지 W 부시 전 행정부 당시 중앙정보국(CIA) 고위 간부였던 로버트 리처는 워싱턴포스트(WP)에 “IS는 몰락하지 않았다. 이들은 여러 곳에서 다시 출현하고 있고 이에 맞서는 국제적 동맹은 사실상 사라진 상태”라고 우려했다.

오스트리아 정부가 빈 테러범 쿠이팀 페이줄라이(20)의 정보를 이미 올해 7월 전달받았음에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사실 또한 뒤늦게 밝혀졌다. 당시 슬로바키아 경찰은 오스트리아에 페이줄라이 일당이 슬로바키아 수도 브라티슬라바에서 탄약을 구매하려 하는 등 테러를 준비하고 있다고 알렸다. 빈과 브라티슬라바는 차로 불과 약 1시간 거리다. 양국 공조가 제대로 이뤄졌다면 테러를 막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안타까움을 낳는다.

유럽 주요국은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가브리엘 아탈 프랑스 정부 대변인은 4일 IS를 비롯한 극단주의의 확산을 막기 위해 자국 내 극우단체에 대한 경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영국 역시 3일 테러 경보를 5단계 중 두 번째로 높은 ‘심각’으로 격상했다.

카이로=임현석 lhs@donga.com / 파리=김윤종 특파원
#is#미군철수#코로나#기지개#테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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