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잔해속 65시간만에… 터키 3세 여아 기적의 생환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1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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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두 언니 이어 뒤늦게 구조돼… 얼굴의 먼지 닦아내자 천천히 눈떠
한 건축업자는 28년만에 악몽 되풀이
지진 피해 이주한 곳서 또 손자 잃어

소방관 엄지손가락 꽉잡은 소녀 지난달
 30일 터키 서부 이즈미르에서 발생한 강진으로 무너진 아파트 잔해에서 65시간이 흐른 이달 2일 극적으로 구조된 3세 여아 
엘리프 페린체크가 자신을 구조한 무암메르 첼리크 소방관의 엄지손가락을 꽉 움켜잡고 있다. 첼리크 소방관은 “마지막 순간까지 희망을
 놓지 않았다”고 감격을 표했다. 이즈미르=AP 뉴시스
소방관 엄지손가락 꽉잡은 소녀 지난달 30일 터키 서부 이즈미르에서 발생한 강진으로 무너진 아파트 잔해에서 65시간이 흐른 이달 2일 극적으로 구조된 3세 여아 엘리프 페린체크가 자신을 구조한 무암메르 첼리크 소방관의 엄지손가락을 꽉 움켜잡고 있다. 첼리크 소방관은 “마지막 순간까지 희망을 놓지 않았다”고 감격을 표했다. 이즈미르=AP 뉴시스
회색 먼지가 가득한 세 살 여자아이 엘리프 페린체크의 얼굴을 마주한 터키 이스탄불 소방관 무암메르 첼리크 씨는 아이가 죽은 줄 알고 절망했다. 하지만 얼굴에 묻은 먼지를 닦아내자 꼬마가 천천히 눈을 떴다. 첼리크 씨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AP통신 등은 지난달 30일 규모 7.0의 강진으로 무너진 터키 서부 이즈미르 한 아파트의 잔해에 갇힌 채 65시간을 버틴 후 이달 2일 기적적으로 구출된 페린체크의 일화를 이렇게 전했다. 그를 구한 첼리크 소방관은 “페린체크는 응급구호 텐트에 도착할 때까지 내 엄지손가락을 꼭 잡고 있었다. 진정한 기적을 봤다”며 “나는 이제 그의 오빠”라고 말했다.

페린체크는 지진 발생 후 당국이 구조한 106번째 생존자다. 앞서 지난달 31일 그의 어머니(38)와 열한 살 쌍둥이 언니 2명은 먼저 구조됐다.

페린체크와 같은 아파트에 살았으며 1일 구조된 이딜 시린 양(14)의 사연도 화제다. 시린 양은 구조되자마자 같이 매몰된 여동생의 생사를 물었다. 하지만 여동생은 3시간 뒤 숨진 채 발견됐다.

28년 전 지진과 이번 지진 때 각각 손자 1명씩을 잃은 건축업자 하야티 우준 씨의 가슴 아픈 사연도 등장했다. 일간 휘리예트에 따르면 우준 씨는 1992년 동부 에르진잔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손자 엠라흐를 잃었다. 사고 후 이즈미르로 이주한 그는 이듬해 지은 아파트에 손자의 이름을 붙였고 이곳에서 잠시 거주했다.

우준 씨는 이후 다른 지역으로 또 거처를 옮겼지만 이곳에서 아들 부부와 다른 손자들이 계속 살았다. 하지만 이번 지진으로 17세 손자 하야티가 사망했다. 우준 씨의 지인은 “10년 전에도 이즈미르에서 지진이 일어나 아파트 보강공사까지 했는데 충분하지 않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터키 지진#지진 생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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