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생활 중시해온 佛 “안면인식 AI카메라 공공장소에 달자”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1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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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테러에 ‘AI감시’ 찬성 늘어
교통장관 “위험인물 추적위해 필요”… 정치권도 대중교통에 설치 주장
무슬림은 “佛 떠나야 하나” 반발

최근 이슬람 극단주의자에 의한 테러가 빗발치는 프랑스에서 인공지능(AI)을 이용한 안면 인식 기술을 통해 테러 위험 인물의 감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했다. 자유, 인권, 사생활 보호 등을 중시해 온 프랑스 전통과 상당한 거리가 있음에도 연이은 테러에 이례적으로 찬성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일 정치매체 폴리티코 등에 따르면 장바티스트 제바리 교통부 장관(38)은 최근 라디오 인터뷰에서 “위험 인물을 추적하고 테러를 막기 위해 감시 기술의 사용을 늘려야 한다”고 밝혔다. AI 기능이 탑재된 안면 인식 카메라를 설치해 공공장소나 인구 밀집 지역을 배회하는 등 수상한 움직임을 하는 사람들을 미리 찾아내자는 의도다.

그는 유럽 내 다른 국가의 AI 감시 기술 시행 사례를 언급한 뒤 “프랑스에서도 5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당시 AI 기술을 사용해 대중교통 내 마스크 착용 여부를 파악했다”고 설명했다.

다른 정치인도 동조했다. 크리스티앙 에스트로지 니스 시장은 “평화적 방법으로는 테러와의 전쟁에서 이길 수 없다”며 감시체계 강화를 지지했다. 파리를 포함한 수도권 일드프랑스의 광역의회 의장인 발레리 페크레스 역시 “AI 기술을 지하철 등 대중교통망에 사용하자”며 동조했다.

프랑스뿐 아니라 많은 유럽국에서 AI 감시 체계 도입을 두고 격렬한 찬반 논란이 있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런 분위기는 매우 이례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017년 8월 독일 베를린 당국이 철도역에서 AI 카메라를 시범 운영하자 시민들이 인권 침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영국 법원은 올해 8월 AI 기술로 얼굴 정보를 수집해 범죄자와 대조한 경찰에게 위법 판결을 내렸다. 유럽연합(EU) 역시 올해 공공장소에서의 안면 인식 감시 기술 적용을 최대 5년간 금지하는 규제 도입을 논의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달 16일 수업 중 이슬람 선지자 무함마드 풍자 만평을 보여줬다는 이유로 평범한 40대 교사가 이슬람 극단주의자에게 참수되고, 13일 후 니스 대성당에서 또 극단주의자 테러에 시민 3명이 희생되자 AI 감시 체계 도입을 넘어 테러 위험 인물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등장하고 있다. 교사 테러 용의자 압둘라흐 안조로프(18), 니스 테러 용의자 브라힘 아우이사우이(21)는 각각 체첸, 튀니지 출신 난민으로 정확한 입국 기록 등이 없어 선제 대응이 어려웠다는 지적을 반영했다.

이런 분위기는 프랑스 내 무슬림에게 큰 압박이 되고 있다. 평범한 무슬림조차 감시나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는 탓이다. 이슬람 전문 사회학자 히참 베나이사는 “많은 무슬림들이 프랑스를 떠나는 것을 고려할 정도로 두려움이 크다”고 밝혔다.

프랑스 경찰은 1일 니스 테러 전 아우이사우이와 접촉한 남성 3명을 추가로 체포했다고 밝혔다. 앞서 체포한 3명을 비롯해 테러 공조 의심 인물이 6명으로 늘어나면서 이번 테러가 조직적 범행일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프랑스#이슬람 극단주의자 테러#안면인식 ai카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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