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아일랜드 폭력사태를 종식시킨 공로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존 흄 전 아일랜드 사회민주노동당(SDLP) 당수가 2일(현지시간)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3세.
AFP통신에 따르면 흄의 유가족은 이날 성명을 내고 “존이 짧은 시간 병을 앓은 후에 오늘 아침 평화롭게 세상을 떠났다”며 “이 사실을 발표하게 돼 매우 슬프다”고 그의 죽음을 알렸다.
이어 “존은 남편이자 아버지, 할아버지, 증조부, 형제였다. 우리 대가족 모두가 많은 사랑을 받았던 그의 상실을 깊이 느낄 것”이라고 애도를 표했다.
1937년 1월 북아일랜드 런던데리에서 태어난 흄은 세인트루이스 신학대학을 졸업한 뒤 1969년 북아일랜드 의회 무소속 의원으로 정계에 진출했다. 이후 1970년 SDLP를 창립한 뒤 유럽의회 의원, 통상부 장관 등을 역임했다.
특히 1979년 SDLP 당수가 된 이래 북아일랜드 문제에 주력한 그는 1988년 정적이었던 신페인당 당수 제리 애덤스에게 비공식 대화를 제의, 영국·아일랜드 정부·신페인당·프로테스탄트 의회그룹 등 모든 정당들이 참가하는 역사적인 아일랜드 평화협상을 이끌어냈다.
이 협상은 북아일랜드에서 아일랜드와의 통일을 원하는 가톨릭 민족주의 공동체와 영국의 일부로 남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개신교 통합주의자들 사이의 30년간 유혈분쟁을 종식시키는 시발점이 됐다고 AFP통신은 평가했다.
그는 30년 간 약 3600명의 목숨을 앗아간 아일랜드 폭력사태를 끝낸 공로로 1998년 얼스터통합당(UPP) 당수 데이비드 트림블과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그의 부고에 여야 할 것 없이 애도를 표했다.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는 “존 흄은 정치적 거물이자, 미래는 과거와 같아야 한다는 것을 믿지 않는 선각자였다”며 “북아일랜드 평화에 대한 그의 공헌와 함께 기억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할 마틴 아일랜드 총리도 “존 흄은 지난 세기 아일랜드인들에서 우뚝 솟은 인물 중 한 명이었다. 그의 비전과 끈기가 이 나라를 구했다”고 높이 평가했다.
흄은 지난 2001년 건강 악화를 이유로 SDLP 대표직을 사임한 뒤 치매가 발병해 최근까지 런던데리 양로원에서 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장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위험으로 조용히 가족장으로 치를 예정이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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