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터키 성소피아 모스크 변경, 종족 우월주의 우려”

  • 뉴시스
  • 입력 2020년 8월 1일 00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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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전문가들 "문화의 만남 장소로 유지해야"

유엔 인권 전문가들은 터키가 세계문화유산 성 소피아(아야 소피아)를 86년 만에 이슬람 사원(모스크)로 변경한 여파로 종족 우월주의(supremacist)가 기승을 부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유엔뉴스에 따르면 카리마 베눈 유엔 문화권리조정관과 아흐메드 샤히드 종교자유 특별보고관은 31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성 소피아의 모스크 전환에 관해 이 같이 지적했다.

이들은 “전 세계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터키 내 종교와 문화 집단을 통합이 아닌 분열시키는 조치를 취한다면 역사적 실수”라고 밝혔다.

이들은 “단일한 문화를 강조하는 장소로의 성 소피아 지위 변경은 문화의 만남이라는 세계문화유산의 정신 대신 역사의 종족 우월주의 견해를 반영할 수 있다”며 “시설에 대한 모든 종교인의 대등한 접근권을 막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 소피아는 537년 비잔틴(동로마) 제국의 유스티니아누스 1세 황세가 세운 뒤 그리스 정교회 성당으로 쓰였다. 그러나 이슬람 국가인 오스만 제국이 현 이스탄불 지역을 정복하면서 1453년~1934년 사이 모스크로 바뀌었다.

이후 성 소피아는 터키 공화국 건국 지도자인 무스타파 케말 전 대통령의 세속주의(사회정치와 종교의 분리) 기조에 따라 1935년 박물관으로 변경됐다. 유네스코(UNESCO·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는 1985년 성 소피아가 위치한 이스탄불 역사지구를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터키 최고행정법원은 이달 10일 성 소피아를 박물관으로 변경시킨 과거의 결정을 무효화했다. 이슬람주의자인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곧바로 행정명령을 내려 성 소피아의 모스크 전환을 공식화했다.

기독교계와 일부 서방국들은 기독교와 이슬람 화합의 상징으로서 성 소피아를 박물관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프란치스코 교황 역시 터키 정부의 결정에 유감을 표했다.

터키 정부는 성 소피아의 유물을 보호하겠다고 강조하면서 예배 시간 이외에는 이슬람 신자가 아니어도 방문할 수 있도록 개방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성 소피아에서는 지난 25일 86년 만에 이슬람 예배가 거행됐다. 31일에는 이슬람 최대 명절인 ‘이드 알 아드하’를 맞아 이 곳에 수많은 무슬림들이 모여 들었다.

[런던=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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