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을 중심으로 유럽에서 극우주의인 신(新)나치주의가 확산되면서 각국 정부에 비상이 걸렸다. 독일에서는 군경 내부까지 신나치주의가 침투해 주 경찰청장이 사퇴하고 부대가 해산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면서 반이민 및 외국인 혐오 정서가 확대된 것이 신나치 확대의 토양이 되고 있다.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 등에 따르면 좌파 정치인 야니네 비슬러, 터키계 변호사 세다 바사이이을드즈, 풍자 전문 여성 코미디언 이딜 바이다어 등은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신나치주의자들로부터 “너를 죽이겠다”는 살해 위협 편지나 이메일,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받아왔다. 신나치 단체로부터 살해 위협을 받은 정치인 등은 30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협박 편지에는 2000년대 초중반 그리스, 터키 이민자 등 10여 명을 살해한 독일 신나치 테러단체 ‘국가사회주의지하당(NSU)’에 2.0을 붙인 ‘NSU2.0’이란 서명이 적혀 있었다. 신나치주의는 나치 독일을 이끈 아돌프 히틀러(1889~1945)의 극우적 사상을 계승하려는 움직임이나 운동을 뜻한다.
더 큰 문제는 살해 위협 메시지를 보내는 과정에 독일 현직 경찰관들이 연관됐다는 점이다. 독일 정부 조사 결과 나치 사상에 빠진 프랑크푸르트 경찰관들이 경찰 내부 정보망에 접속해 이들의 개인정보를 빼낸 후 신나치 단체와 공유한 것으로 드러났다. 프랑크푸르트가 속한 중부 헤센주의 우도 뮌흐 경찰청장은 책임을 지고 14일 전격 사퇴했다. 독일 일간 프랑크푸르터 룬트샤우는 “뮌흐 총장이 수개월 전부터 사건을 알고서도 이를 상부에 보고하지 않은 의혹이 있다”며 “개인정보를 유출한 경찰관들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가 계속될 것”이라고 전했다.
독일 군대 내에서도 신나치를 추종하며 각종 활동을 벌인 특수부대가 적발됐다. 1996년 창설된 테러 진압 정예부대가 평소 나치식 경례 등으로 히틀러를 찬양한 사실이 드러나자 지난달 30일 독일 아네그레트 크람프카렌바워 국방장관은 해당 부대 해체를 선언했다.
BBC 등은 독일을 넘어 유럽이 신나치 확산 문제에 직면했다고 전했다. 영국에서는 이달 9일 신나치 단체가 추종 세력에 “유대인과 이슬람교도에게 코로나19를 감염시켜라”라고 지시를 내린 사실이 영국 대테러 기구에 의해 드러났다.
헝가리에서는 신나치주의자들이 노숙자 지원 센터를 공격하는 일이 수시로 발생하고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지난해 11월 기관총과 폭탄으로 무장한 네오나치 조직이 적발됐다. BBC는 “유럽 내 반이민 정서가 확산되자 나치 등 극단주의가 세력을 넓히고 있다”며 “특히 코로나19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늘면서 이런 선동에 (대중이) 휘말리기 쉬워졌다”고 전했다.
각국도 대응에 나섰다. 독일은 동부 작센주 등 각 지자체 차원에서 신나치를 경계한다는 내용의 ‘나치 비상사태’ 결의안을 채택했다. 오스트리아는 신나치 결집을 막기 위해 자국 내 히틀러 생가를 경찰서로 바꾸기로 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