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스턴 中영사관 폐쇄, 미중관계 수교 이후 최고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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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중국 외교관들이 경제 스파이 활동과 과학연구 성과 도용을 지원했다고 비난하며 휴스턴 주재 중국 총영사관에 대해 72시간 이내인 24일(현지시간) 오후 4시까지 건물에서 나가라고 명령했다.

이에 중국 정부는 22일 “정치적 도발”이라고 반발하며 보복 조치에 나설 것임을 강하게 시사했다. 미중 양국의 외교관계와 영사관 폐쇄 여파 등을 살펴봤다.

◇미국의 입장과 중국의 반응은=모건 오르태거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휴스턴 영사관 폐쇄와 관련 “미국의 지적재산권과 미국인 개인 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무부는 별도의 성명에서 중국은 “수년간 대규모 불법 정보 활동과 영향력 행사에 개입해왔다”며 “지난 몇년 간 그 활동들은 규모와 범위에서 현저하게 증가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코로나19 브리핑에서 미국에 있는 중국 영사관을 더 폐쇄하는 건 “언제나 가능하다”고 밝혔다. 다만, CNN은 “국무부는 어떤 특별한 사건이 미국의 요구를 촉발시켰는지 또는 언제 그런 요구를 했는지에 대해선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고 전했다.

중국 외교부는 영사관 폐쇄 명령은 “미국 측의 일방적인 정치적 도발”이라며 “(이는) 국제관계와 중미 간 상호 영사 합의를 지배하는 국제법, 기본 규범을 심각하게 위반한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미 정부의 결정을 비난하고, 철회를 촉구했다.

◇백신연구 성과 훔치려한 중국인 기소=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이 사업용 및 군사적 기밀을 훔치려 한다고 여러 차례 비난한 바 있다. 미 법무부는 지난 20일 스탠퍼드대 방문학자인 송 첸이 현역 군인 신분을 숨겼다며 비자 사기 혐의를 발표했다.

법무부는 또 최근에는 코로나19 백신 연구에 관한 정보를 훔치려 한 혐의로 중국인 해커 2명을 기소했다. 아울러 지난해 12월에 미 당국은 암세포 샘플이 든 약병 21개를 몰래 빼돌리려 한 혐의로 중국의 암세포 학자 정쟈오셩을 체포했다.

◇양국 외교 공관은 어디에=중국은 워싱턴D.C에 있는 대사관 이외에 휴스턴과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 시카고, 뉴욕에 총영사관을 두고 있다. 휴스턴 총영사관은 텍사스에서 푸에르토리코까지 이어지는 지역을 관할한다. 워싱턴 대사관에는 약 300명의 외교관이, 휴스턴 영사관에는 약 60명이 근무하고 있다. 휴스턴 영사관은 양국 수교 뒤 맨 먼저 업무를 시작한 곳이다.

미국은 베이징에 대사관을 두고 있으며 선양과 상하이, 청두, 광저우, 우한에 총영사관을 설치했다. 약 700명의 미국 외교관들이 대사관과 총영사관 5곳에서 근무하고 있다. 이밖에 홍콩에도 미국 총영사관이 있다.

미중 간 교류는 1970년대 들어 본격화됐다. 리처드 닉스 전 미국 대통령의 1972년 역사적 방문에 이어 1970년대 초반에는 워싱턴에 중국 대표부가 생겼다. 양국 간 공식적인 대화 채널이 마련된 것이다. 이 대표부는 1979년 양국이 국교정상화(수교)를 수립하면서 대사관으로 전환됐다.

◇영사관 폐쇄 이전 미국의 조치는=미 정부의 이전 조치는 외교관 여행 규칙을 제정하고, 여러 중국 관영 매체들을 외교 기관으로 등록하도록 하고 이들에 대한 비자 발급을 제한했다. 또 공산당원과 이들의 가족에 대한 미국 입국 금지 방안도 검토중에 있다. 이 같은 조치가 시행되면 2억7000만명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지난 5월에는 중국 인민해방군과 연계된 중국 대학 출신 대학원생과 연구자를 미국에서 추방한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2017년 트럼프 행정부는 러시아가 모스크바 주재 미국 외교관의 숫자를 제한하자 이에 대한 보복 조치로 샌프란시스코 주재 러시아 영사관과 뉴욕 및 워싱턴DC 인근에 있는 부속 건물 폐쇄를 지시한 바 있다. 당시 조치는 러시아의 2016년 미 대선 개입에 대한 분노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NYT는 전했다.

◇영사관 폐쇄 명령의 여파는=휴스턴 공관 폐쇄는 다른 외교 공관 폐쇄보다 미중 관계 악화에 미치는 영향이 적을 수 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휴스턴과 중국 우한은 자매결연 도시이며, 영사관 관계도 마찬가지다. 또 미 국무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우한 영사관 직원들을 철수시켰다. 우한 영사관 업무 재개 시기는 불분명하다.

휴스턴 영사관 폐쇄가 양국 관계에 미치는 영향은 이미 촉발된 외교적 갈등에 비하면 단기적으로는 미미할 것이라고 NYT는 진단했다. 영사관은 주로 중국 방문 여행자들을 위한 비자 업무를 맡고 있다. 더욱이 양국 간 여행은 코로나19 사태로 크게 제약을 받고 있다.

영국 BBC는 최근 미국의 중국인 2명 기소와 영사관 폐쇄 명령이 연관이 있는지는 불명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대중국 압박 조치를 강화하기로 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BBC는 재선 유세가 한창이고 미국 경제는 코로나19로 큰 타격을 입었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카드’ 사용이 정치적으로 이득이 있다고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어 “현재의 위험은, 미국 국내 상황 고려에 따라 부분적으로 추동되고 있는 양국 간 보복(tit-for-tat)이 점차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청샤오허 북경 인민대학 교수는 NYT에 1979년 1월 1일 양국이 수교한 이후 미국이 중국에 이 같은 조치를 취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미 관계가 계속 악화된다면, 다음 결과는 국교 단절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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