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가족 17명 중 11명이 확진…코로나 ‘핫스폿’된 인도, 원인은?

이설 기자 , 이윤태 기자 입력 2020-07-06 16:53수정 2020-07-06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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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겨우 시작일 텐데….”

가족 중 한 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고선 무쿨 가르그 씨는 나지막이 탄식했다. 생후 3개월 된 조카부터 90세 할아버지까지. 한 집에서 부대끼는 가족 17명의 얼굴이 하나 둘 머릿속에서 스쳤다.

인도 뉴델리의 4층짜리 건물에 모여 사는 이들 가족은 코로나19 예방 수칙을 철저히 지켜왔다. 돌아가면서 한 사람씩 식량 등 생필품을 사러 외출했고, 다녀온 뒤에는 온 집을 꼼꼼히 소독했다. 외부 감염 요소를 차단했다고 생각해 집안에서는 평소처럼 함께 식사를 하면서 어울려 지냈다.


하지만 4월 말 무쿨 씨의 삼촌 한 명에게서 열이 났다. 이후 고모, 부모, 할머니가 차례로 코로나19 증상을 보였고, 결국 11명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 인도 델리의 집 대문에는 커다란 격리 스티커가 붙었고, 감염 가족들은 각자 방에서 격리생활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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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에서 이 같은 가족 집단감염이 코로나19 주요 원인으로 떠올랐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6일 전했다. WP는 ”인도에서 가족 집단감염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며 ”병상이 부족해 집에서 사랑하는 가족을 떠나보내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했다.

인구 13억이 넘는 인도에서 코로나19 확산세가 가팔라지고 있다. 국제 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6일 인도의 누적 확진자 수는 69만8817명으로 한 달 만(6월6일 22만6622명)에 2.8배가 늘었다. 사망자 수는 1만9703명으로 집계됐다. 확진자 수 규모는 미국(298만2928명)과 브라질(160만4585명)에 이어 세계에서 3번째로 많다.

인도가 코로나의 ‘핫스폿’이 된 주요 배경으로 대가족 문화가 꼽힌다. 인도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 절반 이상은 60세 이상이다. 전문가들은 WP에 ”가족끼리 모여 살면 젊은이들이 가족 내에서 부모, 조부모에게 바이러스를 옮기기 쉽다. 봉쇄기간 동안 가족 내 집단감염이 더 심각해졌다“고 지적했다.

열악한 거주 문화도 감염을 부채질하고 있다. 인도 일간 더 힌두에 따르면 인도 정부는 6일 기준 104일째 이동 제한 등 봉쇄조치를 시행 중이다. 하지만 지저분하고 좁은 빈민가에서는 방역 수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코로나 검사가 충분히 실시되지 않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감염자 숫자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의료 인프라는 취약하다. 뉴델리에 일반 병상 수는 1만여 개에 불과해 밀려드는 환자를 수용하지 못했다. 이에 인도 정부는 뉴델리 차타르푸르 지역의 종교시설에 축구장 20개 규모의 코로나19 의료센터를 만들었다고 BBC는 전했다.

미 포린폴리시는 최근 ”인도 뉴델리와 뭄바이 등이 코로나19의 새로운 거점으로 떠올랐다. 무증상자와 높지 않은 검사율을 감안하면 실제 상황은 더 심각할 것“이라고 했다. 더 힌두는 ”봉쇄조치로 귀향했던 노동자가 도시로 복귀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감염이 더 확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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