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홍콩 자유 탄압한 中관료 비자 제한”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6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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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국보법 발효 앞두고 견제… 中 “내정간섭 말라” 즉각 반발
코로나로 美 입국제한 상황… 별다른 제재 효과는 없을듯

미국이 홍콩의 자치권을 훼손하는 데 관여한 전현직 중국 관료들의 비자를 제한키로 했다. 이르면 다음 달부터 홍콩 국가보안법이 시행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데 따른 조치다. 중국은 “내정 간섭”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26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성명을 통해 “홍콩의 자유를 제한한 중국 관리들의 비자를 제한할 것”이라면서 “해당 관리의 자녀와 친인척도 금지될 수 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대상자나 제한 규모 등은 밝히지 않았다. 블룸버그통신은 국무부 관계자를 인용해 “비자 제한 목표로 삼은 중국 공무원은 한 자릿수”라고 보도했다.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대) 상무위원회는 28∼30일 회의를 열고 보안법을 심의할 예정이어서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전국인대 홍콩 대표인 예궈첸(葉國謙)은 보안법의 최고 형량이 종신형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홍콩은 1984년 중영 공동선언(홍콩반환협정)에서 보장된 고도의 자치권을 누릴 수 있어야 하며, 표현과 평화적 집회의 자유를 법률로 보호받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홍콩의 자유를 훼손한 책임이 있는 중국 공산당 관료들을 처벌하겠다고 약속했다”면서 “이를 위한 행동을 취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부에서는 ‘상징적 조치’일 뿐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미 코로나19 확산으로 미국이 중국인 입국을 불허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중국 측은 즉각 반발했다. 미 워싱턴 주재 중국대사관은 27일 성명을 내고 “1997년 홍콩의 주권이 반환됐을 때 공동선언에 규정된 영국 측의 모든 권리가 끝났다”면서 “중국 헌법과 홍콩 기본법이 공동선언보다 우선한다”고 반박했다. 또 “홍콩은 중국의 홍콩이고, 홍콩 사무는 중국 내정”이라면서 “미국이 잘못된 행동을 바로잡고, 관련 결정을 철회하기를 바란다”고 경고했다.

다만 중국 측 역시 대응 수위를 조절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을 비난하는 표현은 강했지만, 발표 주체가 중국 외교부가 아니라 이보다 급이 낮은 주미 중국대사관이라는 점 때문이다. 미중 모두 겉으로는 ‘강 대 강’으로 치닫는 모습이지만, 서로 협상의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이런 가운데 홍콩 경찰은 1997년 이후 재야단체가 매년 7월 1일 시행해 온 주권반환 기념집회를 올해 처음으로 금지했다. ‘코로나19 감염을 막기 위해 8명 이상의 모임을 금지한다’는 것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주권반환 기념집회는 홍콩 시민사회에 상징성이 매우 크다. 홍콩 정부가 2003년 국가보안법 제정을 추진하자 같은 해 7월 1일 홍콩 시민 50만 명이 모여 반대했고 결국 법안이 취소된 전례가 있다. 지난해 7월 1일에는 55만 명이 모여 ‘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 반대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홍콩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는 집회를 강행하자는 의견이 많이 올라오고 있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중국#홍콩보안법#마이크 폼페이오#전국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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