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방송사 황당 궤변 “악수 않고 목례해서 코로나 日확산 적어”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6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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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어는 침 덜 튀어”이어 논란

지난주 긴급사태 선언 해제 후 일본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관련 자화자찬이 잇따르는 가운데 ‘일본 고유의 기질로 극복했다’는 무리한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달 30일 일본 지상파 방송사 TBS의 한 주말 뉴스 프로그램은 서구 국가와 비교해 일본의 사망자가 적은 이유를 분석하면서 일본의 ‘목례 문화’를 한 이유로 꼽았다. 손을 맞잡고 악수를 하는 서양 국가에서는 사람 간 감염이 높은 반면에 목례를 하는 일본에서는 감염 위험이 낮다는 것이다. 국제 저널리스트인 홋타 요시오(堀田佳男) 씨는 “서양은 저소득층 밀집 지역이나 빈민가가 형성돼 감염 위험이 높은데 일본에서는 그런 곳이 거의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방송 직후 온라인에서는 “일본에서도 악수를 많이 한다”며 과학적 근거가 없는 보도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일부 누리꾼은 오사카 신이마미야 지역에 일본 내 최대 빈민가가 있다며 빈부격차가 없다는 주장도 신빙성이 없다고 꼬집었다.

TBS는 앞서 ‘영어보다 일본어가 침이 덜 튀어 코로나19 환자가 적다’는 내용을 보도해 세계적인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최근에는 침이 많이 튀는 영어의 ‘th’ 발음이 일본에 없어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낮다는 후속 보도를 내보내 빈축을 샀다. 산케이신문 등 친정부 성향의 매체는 일본 상황을 우호적으로 해석한 외신 보도를 잇달아 소개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는 지난달 25일 긴급사태 선언 해제 기자회견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외출 규제를 강제로 하지 않았는데도 한 달 반 만에 거의 수습했다. ‘일본 모델의 힘’을 보였다”고 밝힌 뒤로 확산됐다. 한 한일 소식통은 “코로나19의 대응 미흡으로 지지율이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아베 내각이 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해 자국의 장점을 확대해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쿄=김범석 특파원 bsism@donga.com
#일본#코로나19#자화자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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