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인근 상점들은 대낮에도 약탈…사실상 美전역서 인종갈등 ‘활활’

뉴욕=박용 특파원, 워싱턴=김정안 특파원 입력 2020-06-01 16:48수정 2020-06-01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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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현지시간) 오후 2시반경 미국 뉴욕 맨해튼 유니온스퀘어. “흑인들의 생명도 소중하다” “숨을 쉴 수가 없다” “백인의 침묵은 폭력이다”고 적힌 팻말을 든 집회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쳤다. 미네소타 주 미니애폴리스에서 경찰의 무릎에 목이 눌려 숨진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씨의 죽음에 항의하는 시위가 뉴욕에서는 나흘째 열렸다. 반려견과 함께 시위 현장을 찾은 니컬라스 바버 씨(36)는 “경찰 폭력은 미 전역 도처에 있다. 경찰권 남용과 싸우기 위해 모든 이들의 목소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달 26일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시작된 인종차별 반대 시위는 31일 현재 수도 워싱턴, 로스엔젤레스를 포함해 140개 도시로 확산됐다. 사실상 미 전역에서 인종 갈등이 불붙은 것이다. 시위 양상도 점점 거칠어지고 있어 인명, 재산피해 확대가 우려되고 있다.


●시작은 평화집회, 어둠 내리자 돌변

30일 밤 뉴욕 시 전역에서 벌어진 시위로 33명의 경찰관이 다치고 47대의 경찰차가 부서졌다. 31일 낮 시위현장에서 참가자들은 “폭력이 아닌 메시지를 봐 달라”고 말했지만 시위대가 거리행진을 시작하자 상인들은 잔뜩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한 주류상은 시위대가 다가오자 서둘러 셔터를 내렸다가 시위대가 지나간 뒤에 셔터를 다시 올렸다. 시위대가 지나가자 마트 직원들이 몰려 나와 “반달리즘(파괴행위)은 안 된다”고 소리를 쳤다.





오후 9시가 넘어 어둠이 깔리자 시위는 과격해지기 시작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오후 10시경 유니온스퀘어에서 이리저리 흩어진 시위대들 중 일부가 쓰레기통에 불을 질러 화염이 2층 높이까지 솟구쳤다. 시위대들은 경고 방송을 하며 해산에 나선 경찰들에게 병을 던지기도 했다.


워싱턴도 어둠이 내리자 전쟁터로 바뀌었다. 오후 10시반경 백악관 주변 건물에 화염이 일고 헬리콥터가 날아다녔다. 오후 11시 통행금지 시간이 다가오자 경찰은 최루탄을 쏘며 약 500여 명의 시위대 해산에 나섰다. 관광객들이 자주 찾던 백악관 주변 기념품상점 건물은 욕설과 분노를 표출하는 낙서로 가득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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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까지 약탈 이어져


워싱턴과 15개 주에 주 방위군이 배치됐지만 심야의 약탈을 막지 못했다. 명품 상점이 몰려 있는 뉴욕 소호거리에서 약탈은 새벽까지 이어졌다. 마스크와 후드를 쓴 사람들이 몰려다니며 문을 막은 나무판자를 떼고 샤넬, 루이비통 등의 매장을 털어갔다. 유니온스퀘어에서는 일부 시민들의 제지에도 청년들이 전자제품 가게를 약탈해 양팔 가득 물건을 들고 나오는 동영상이 트위터에 올라왔다. 워싱턴 홈디포 매장에도 사람들이 들이닥쳐 물건을 들고 나갔다. LA 인근 롱비치와 산타모니카 쇼핑몰과 상점들은 대낮에도 약탈을 당했다.


200만 미국 한인사회도 긴장하고 있다.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새벽 6시까지 통행금지가 내려진 LA 한인타운은 상점들이 모두 문을 닫고 인적도 뚝 끊겼다. 총성과 시위대의 함성, 헬리콥터 소리는 밤새 들렸다. 옥스퍼드센터 플라자 안전요원으로 일하고 있는 한인동포인 이윤선 씨는 “약탈 등의 수상한 움직임이 있으면 경찰에 신고하고 해당 장소를 벗어나라는 지시를 받았다”며 “1992년 LA폭동을 겪었기 때문에 그런 일이 다시 벌어지지 않도록 예방해야 한다는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LA 다음으로 한인 동포가 많이 사는 뉴욕 한인사회도 1일 대책 회의를 열 계획이다. 한인회 관계자는 “한인들의 비상연락망을 정비하고 상황별 대응 방안 등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인 운영 음식점 피해 장면


시위대와 시민 간 충돌도 발생했다.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에서는 한 백인 남성이 활과 화살을 들고 차량 밖으로 나와 시위대를 겨냥했다는 이유로 집단 구타를 당했다. 텍사스주 댈러스에서는 마체테(날이 넓은 긴 칼)를 휘두른 남성이 시위대에게 폭행을 당했다. 미니애폴리스 외곽 고속도로에서는 트럭 운전사가 도로를 점거한 시위대를 향해 차량을 돌진시키는 일도 있었다.

한인 운영 음식점 피해 장면


●폭력 시위 배후 조사 나선 경찰 당국

미국 캘리포니아주 LA의 한인 운영 전자담배 판매점 ‘The Vape shop’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존 밀러 뉴욕경찰(NYPD) 대테러 정보 담당 부국장은 무정부주의자들이 암호화된 메시지앱을 이용해 보석금을 모금하고 의료진을 모집하는 등 경찰과 충돌을 대비하며 폭력시위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휘발유, 돌, 병 등 시위 장비를 조달하는 경로를 마련하고 자전거 대원들이 선발대 역할을 하며 조직적으로 움직였다는 것이다.

경찰과 시위대도 곳곳에서 충돌했다. 전날 뉴욕 브루클린 파크슬로프에서는 경찰차가 바리케이드를 밀고 시위대를 향해 돌진하는 영상이 공개되며 논란이 일었다. 대학생 2명에게 전기충격기를 사용하고 차에서 끌려내린 애틀랜타 경찰관 2명은 이날 면직됐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뉴욕 유니온스퀘어의 시위대들은 다닥다닥 붙여 연설을 들었다. 일부 참가자들이 마스크까지 벗고 소리를 질렀다. 한 시민은 “마스크 쓰고 이야기를 해도 다 들린다”며 마스크 착용을 요구하기도 했다. 뉴욕시 보건국은 시위 참가자들은 바이러스 검사를 받을 것을 요구했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워싱턴=김정안 특파원 j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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