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바이러스, 빌 게이츠가 만들었다” 플랜데믹 음모론 美서 확산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5월 21일 22시 39분


코멘트
“빌 게이츠 미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주와 엘리트 집단이 계획적으로 바이러스를 만들었다.”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음모론을 담은 다큐멘터리 ‘플랜데믹(Plandemic·계획된 전염병 대유행)’이 급속히 확산하고 있다. 20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 만에 수백 만 명이 이 영상을 시청했다. 이를 두고 팬데믹 이후 불거진 ‘인포데믹(infodemic·정보전염병)’의 씁쓸한 단면을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영상은 생물화학학 박사 출신인 주디 미콥미츠라는 여성이 제작해 4일 공개됐다. “세계보건기구와 소수 엘리트들이 백신 개발로 이익을 얻기 위해 바이러스를 퍼뜨렸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이 자신이 이끈 연구를 매장시켰고 마스크 착용은 바이러스를 오히려 활성화시킨다는 황당무계한 주장도 담겼다. 미코비츠는 의료 전문가들이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권고하는 마스크 착용 역시 “바이러스를 활성화시키는 행위”라고 반대했다.

이례적인 열풍에 20일 뉴욕타임스(NYT)는 페이스북 데이터를 분석해 영상이 퍼진 경로를 추적했다. 동영상은 4일 인터넷에 공개된 이후 ‘큐어넌’ 등 극우 음모론 신봉집단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라왔고, 이들은 “특종” “필시청”이라며 여기저기 영상을 퍼 날랐다. 5일부터는 의료 전문가와 공화당 정치인 등이 영상을 공유하면서 수만 명이 동참했다. 확산의 중심에 보수 집단이 있었던 것이다.

가디언은 14일 “트럼프 대통령까지 코로나19 발원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면서 미코비츠의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고 전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유튜브와 페이스북은 7일 자사 플랫폼에 올라온 플랜데믹 영상을 모두 삭제했다.

생물화학 박사 출신인 미코비츠는 2006~2011년 휘트모어피터슨연구소에 재직했지만 이후 과학계에서 사실상 퇴출된 상태다. 2009년 ‘만성피로증후군의 원인은 쥐에서 나오는 바이러스’란 논문을 유명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발표했지만 2년 후 근거가 불충분하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문이 철회됐다.

신아형기자 abr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