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매우 심각” 보건전문가 경고에도…트럼프, 두 달간 묵살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12일 21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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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에 올해 1월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문제를 제기한 보건전문가 집단 ‘붉은 여명(Red Dawn)’이 존재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무시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1일 전했다. 앨릭스 에이자 복지장관이 1월에만 대통령에게 두 차례 위험성을 보고했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고 지적했다.

‘붉은 여명’은 2018년 4월부터 국토안보부 최고 의료책임자로 재직 중인 듀에인 카네바 박사가 올해 1월 보건부, 보훈부, 질병통제센터(CDC), 국무부 내 의료 전문가 지인과 민간 전문가들을 모아 e메일 그룹 이름이다. 소련과 쿠바 연합군이 미국을 가상 침공한 상황을 그린 1984년 영화 제목을 땄다.

이들은 올 초부터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에서 발생한 폐렴이 매우 심각하다고 우려했다. 에이자 장관은 1월 18일 플로리다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머물던 대통령에게 전화로 코로나19의 위험성을 보고했지만 대통령은 곧 지나갈 문제로 치부했다.

카터 메셔 보훈부 의료자문관은 같은 달 28일 e메일에서 “세계보건기구(WHO)와 CDC가 과소평가하고 있지만 발병 예측 규모가 믿기 힘든 수준”이라며 “대학을 휴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같은 날 제임스 롤러 네브래스카 의대 교수 역시 “이 폐렴을 좀 나쁜 계절 독감으로 치부하는 건 일본 히로시마 원폭 사태를 ‘심한 여름 폭염’으로 빗대는 것과 같다”고 가세했다.

전문가들은 2월에도 사회적 거리 두기를 당장 시작해야 한다고 권고했지만 묵살됐다. 특히 2월 25일 낸시 메소니에 CDC 면역호흡기질환 부문 국장이 “미국의 지역사회 확산이 불가피하다”고 발언한 후 뉴욕 증시가 급락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격분했다. 그는 “불필요하게 겁을 줬다”며 하루 뒤 전문가 회의까지 취소했다. 결국 행정부의 사회적 거리 두기 시행은 3월 16일에야 이뤄졌다. 증시 급락이 재선 가도에 악영향을 줄까 우려한 대통령에 의해 전문가 경고가 약 두 달간 묵살된 셈이다.

김예윤기자 yea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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