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감염시킬까봐”…120km 걸어 고향 돌아온 청년

  • 뉴스1
  • 입력 2020년 4월 9일 10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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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돌이 강아지와 함께 120km 거리를 걸어 고향으로 돌아온 알릭슨 만군독.(더스타 온라인 갈무리) © 뉴스1
떠돌이 강아지와 함께 120km 거리를 걸어 고향으로 돌아온 알릭슨 만군독.(더스타 온라인 갈무리) © 뉴스1
혹시나 자신이 코로나19에 감염돼 다른 사람에게까지 피해를 줄까 봐 입국 후 고향까지 120km를 걸어간 말레이시아 청년의 사연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9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사바주가 고향인 알릭슨 만군독(34)은 지난달 일본을 떠나 코타키나발루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당시 일본에선 도쿄를 중심으로 확진자가 빠르게 늘기 시작하며 코로나19 확산 우려가 커지던 시기다.

만군독은 공항에 도착해 받은 검진에선 의심증상이 없어 집으로 돌아가도 좋다는 답변을 들었다. 검역당국은 대신 그에게 병원 정밀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자가 격리할 것을 지시했다.

하지만 만군독은 그대로 집에 돌아가기 찜찜했다. 혹시라도 자신이 이미 코로나19에 걸렸다면 가족과 다른 사람들을 감염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도 포기했다. 자신의 튼튼한 두 다리를 믿고 고향집까지 120km 거리를 걸어가기로 결심했다.

그는 당시 상황에 대해 “누구에게도 위험을 주지 않기 위해 집까지 걸어가기로 했다”며 “사냥을 하고 농사일을 했기 때문에 걷는 것에 익숙하다”고 말했다.

만군독은 공항까지 마중 나온 가족에게 무거운 짐만 맡긴 채 길을 따라 무작정 걷기 시작했다. 오는 길에 떠돌이 강아지를 만나 동행하기도 했다. 종종 도로에서 마주친 경찰은 ‘집까지 걸어가고 있다’는 그의 말을 믿지 않았다. 그럴 때마다 여권과 병원 문서를 보여줘야 했다.

청년은 사흘을 걸어 그리운 고향 마을에 도착했다. 하지만 가족과 재회도 미룬 채 그는 농장에 딸린 작은 오두막으로 향했다. 아직 코로나19 진단 검사 결과가 나오지 않아서다.

만군독의 ‘혹독한’ 자가격리는 당분간 계속될 예정이다. 첫번째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고 지난 7일엔 2차 진단 검사까지 받았다. 그는 검사 결과를 기다리며 강아지와 함께 여전히 오두막에 머무르고 있다고 SCMP는 전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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