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고발자 이름 공개… 트럼프 무리수에 역풍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2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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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러라고 리조트 휴가중 ‘깜짝쇼’… ‘우크라’ 고발자 신상 리트윗
삭제했지만 비난글 쏟아져… 親트럼프 폭스는 출연자 입 통해
고발자 이름 등 방송에 내보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탄핵을 촉발한 ‘우크라이나 스캔들’의 내부고발자 이름을 트위터에 올렸다가 삭제해 논란을 낳고 있다.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 머물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 대응에 골몰하다가 무리수를 뒀다는 비판이 나온다.

28일 워싱턴포스트(WP) 등에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밤 내부고발자의 이름과 사진이 담긴 한 지지자의 트윗을 자신의 계정에 리트윗했다. 이 트윗에는 내부고발자로 추정되는 인사의 이름, 사진, 이력 등이 담겨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 날 해당 트윗을 삭제했다.

중앙정보국(CIA) 등 미 정보기관 요원으로 추정되는 이 고발자는 올해 8월 “7월 25일 트럼프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내년 대선의 민주당 대선후보로 유력한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부자(父子)의 수사를 압박했다”고 제보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의 외아들 헌터(49)는 2014년부터 우크라이나 최대 가스사 부리스마홀딩스의 이사로 재직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아들의 사업을 돕기 위해 2016년 부리스마 비리를 수사하던 우크라이나 검찰총장의 해임을 종용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이 제보가 하원의 탄핵 조사와 탄핵소추안 가결로 이어지면서 내년 11월 대선을 준비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최대 악재가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줄곧 ‘내부고발자는 나와 젤렌스키 대통령의 통화를 직접 듣지 못했다. 전언(傳言)이므로 고발 내용을 신뢰할 수 없고 그의 정체도 보호해줄 필요가 없다’고 주장해왔다. 이런 내용을 담은 트윗과 리트윗만 100건 넘게 올렸다. 하지만 그동안 내부고발자 이름과 관련된 내용이 올라온 적은 없었다.

친(親)트럼프 성향의 폭스뉴스를 비롯한 보수 매체는 출연 패널 등을 통해 몇 차례 이 고발자의 이름을 공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적절한 반론권을 보장하기 위해 고발자의 신원을 공개해야 한다고도 했다. 하지만 WP, 뉴욕타임스(NYT), CNN 등 주류 언론은 내부고발자에 대한 보복 조치를 막는 내용의 연방법 및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신원을 공개하면 안 된다며 철저히 함구했다. 이 고발자는 여전히 현직에 근무 중이고 무장 경호원의 보호하에 출퇴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원 다수당인 집권 공화당은 바이든 전 부통령을 상원의 탄핵심판 증인으로 소환하겠다는 뜻을 거듭 밝히고 있다. 바이든 부자의 부패 혐의 등을 강조해 타격을 입히고 대통령을 보호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28일 트위터에 “탄핵은 대통령의 행위에 대한 것이지 나에 대한 것이 아니다”라며 소환에 응하지 않을 뜻을 밝혔다. 하지만 이날 아이오와주에서 열린 대선 행사에서는 “합법적 요청이라면 응하겠다”고 입장을 번복했다. 그러면서도 “의회가 나를 증인으로 부를 근거가 없다”고 주장해 그의 증언 여부가 여전히 불투명하다고 NYT는 전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성탄절인 25일 트위터에 헌터와 며느리 멀리사가 빠진 가족사진을 올렸다. 부친의 대선 행보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헌터를 일부러 뺀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 최지선 기자
#도널드 트럼프#우크라이나 스캔들#내부고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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