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테르테, ‘정적’ 부통령을 마약단속 총책 임명했다가 해임

  • 뉴스1
  • 입력 2019년 11월 25일 15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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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마약 단속 총책임자에 레니 로브레도 부통령을 임명했다가 몇 주 만에 전격 해임했다.

25일 BBC 등 외신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 대변인은 ‘신뢰 부족’ 등을 이유로 로브레도 부통령을 마약퇴치 범정부 위원회(ICAD) 공동 위원장직에서 해임한다고 밝혔다.

대변인은 로브레도 부통령이 기회를 놓쳤다면서 “대통령은 부통령이 ICAD 공동 위원장으로서 적절한 행보를 의논할 수 있도록 충분한 기회를 주며 인내심 있게 기다렸다. 그러나 ICAD 공동 위원장직을 수락한 지 2주가 지나도록 (부통령은) 자신이 실행하려는 그 어떠한 새로운 프로그램도 제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CNN은 로브레도 부통령이 마약 정책과 관련해 여러 이해 당사자나 외국 기관 담당자들을 만나 왔는데도 24일 두테르테 대통령은 그가 “ICAD 공동 위원장으로서 한 일을 아직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면서 해임 사유를 분명히 했다.

로브레도 부통령이 속해 있는 야당 자유당(LP)은 이번 일에 대해 “마약과의 전쟁, 그리고 부통령을 ICAD 공동 위원장에 임명했던 것이 허세와 허풍이었단 것을 증명하는 일”이라고 비난했다.

자유당은 “로브레도 부통령을 약하게 보이게 만들려던 그들의 계략은 역풍을 맞았다”며 “로브레도 부통령은 임명된 지 단 2주 만에 문제에 직면하는 용기와 능숙함을 보여줬다. 그는 마약과의 전쟁을 사법 문제에서 국민건강 문제로 궤도를 돌렸다”고 말했다.

‘스트롱맨’(철권통치자)으로 불리는 두테르테 대통령은 취임 이후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 강경한 마약 단속을 벌여 왔다. 그리고 그는 이달 초 자신의 마약과의 전쟁을 거리낌 없이 비판하는 로브레도 부통령을 ICAD 공동 위원장으로 임명했다.

로브레도 부통령은 임명 뒤 대통령이 자신을 임명한 동기에는 의심이 가지만 필리핀의 ‘불법 약물 작전’을 고칠 기회를 잡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권한을 이용해 무고한 사람들을 죽이는 일을 막고 당국에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두테르테 대통령은 마약관련 용의자를 죽인 경찰한테는 포상금을 주겠다고 말했으며, 일반 시민에까지 마약 중독자와 마약 중개상들을 처형하라고 촉구해 왔다. 많은 국제사회 인권 단체들은 이러한 살인이 즉결 처형에 해당한다고 비난해 왔다. 유엔과 국제형사재판소(ICC) 등은 사법 절차가 없이 이뤄진 살해, 임의적 체포, 비자발적 실종 등과 관련한 혐의를 조사하고 있다.

일방적인 해임 발표 뒤 로브레도 부통령 진영은 대통령 측이 해임 사실을 공식 서면을 통해 발표하지 않았다고 맹비난했다. 부통령 대변인은 “내가 알기로 공식 통지는 오지 않았다. 대통령 대변인은 평소처럼 부통령에게 예의를 갖춰 알리지 않고 언론을 통해 발표했다”고 지적했다.

CNN필리핀에 따르면 로브레도 부통령은 곧 ICAD 공동 위원장으로서 자신이 알게 된 점들에 대해 대중에 발표하겠다고 예고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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