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선거, 민주파 의석 85% 싹쓸이…시진핑 ‘중국몽’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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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11월 25일 14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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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구의원 선거일인 24일 오후 홍콩 주룽 공원 수영장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관계자들이 개표 작업을 하고 있다. 2019.11.25/뉴스1 ⓒ News1
홍콩 구의원 선거일인 24일 오후 홍콩 주룽 공원 수영장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관계자들이 개표 작업을 하고 있다. 2019.11.25/뉴스1 ⓒ News1
홍콩 민주파 의원들이 24일(현지시간) 구의원 선거에서 85%에 달하는 의석수를 차지하며 압승을 거뒀다. 민주화를 향한 홍콩 청년들이 열망이 선거판을 뒤흔들었다.

홍콩 사우스 차이나 모닝포스트(SCMP), 홍콩01 등은 2019 구의원 선거에서 민주파 의원들이 전체 452석 중 385석을 차지했다고 25일 보도했다. 반면 민주건항협진연맹(민건련) 등 친중파는 59석을, 중도파는 8석을 확보했다.

홍콩 구의원 선거에서 범민주 진영이 과반을 차지한 것은 이번이 사상 처음이다. 게다가 이번 구의원 선거의 최종 투표율은 71.2%로 4년 전 구의원 선거 때의 47.0%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도 나타났다.

친중파가 참패하면서, 홍콩 시위에 강경 대응으로 일관했던 중국 중앙 정부도 새로운 해결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일국양제(一國兩制·한 나라 두 제도)에 기반한 ‘중국몽’을 꾸던 시진핑 국가 주석은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에게 반정부 시위 진압을 촉구하는 등 홍콩 사태에 개입해 왔다. 이에 강경파인 신임 크리스 탕 경무처장은 최근 홍콩이공대 시위 진압 당시 시위대와 대치하던 경찰들에게 살상용 폭동 진압 무기인 AR-15 반자동 소총과 경기관총을 지급하기도 했다.

이번 구의회 선거에서 범민주계가 다수 의석을 차지하면서, 오는 2022년 행정장관 선거에도 영향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홍콩 행정장관 선거인단 총 1200명 중 구의원 몫인 117명은 구의원 선거에서 이긴 진영이 독식하게 된다.

이 가운데 람 장관은 민주파 진영이 과반 의석을 차지했다는 발표 이후 “겸허한 마음으로 시민들 목소리를 경청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평화와 안전, 질서는 계속돼야 한다”며 시위대를 향한 강경 대응 유지를 시사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이번 선거 결과가 홍콩 유권자들의 시위대 지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평했다.

환구시보는 이날 ‘비바람에도 홍콩은 꿋꿋하게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라는 제목의 사평에서 “홍콩 유권자가 폭력 시위를 지지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면서 “선거의 결과를 오독해 폭도들을 고무시키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수개월간의 '비정상적 에너지'는 각종 방식으로 선거에 직접 영향을 미쳤다”라면서 “각종 충격이 겹쳤지만 (친중파가) 40% 가까운 표를 얻었다. 애국민들은 낙심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방일 중인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취재진과 만나 “무슨 일이 있어도 홍콩은 중국의 일부”라며 “홍콩의 번영과 안정을 해치려는 어떤 시도도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함나얀 동아닷컴 기자 nayamy9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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