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원폭 비극 고발 美사진기자 아들 만나 “감사합니다”

  • 뉴시스
  • 입력 2019년 11월 24일 15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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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사키 원폭희생자 추모 행사에 초청해

일본 나가사키를 방문해 전 세계에 핵무기 폐기를 호소한 교황 프란치스코가 나가사키 원폭의 비극을 상징적으로 나타낸 사진을 찍었던 미국 종군기자 조지프 오도넬(1922~2007)의 유가족을 현지 행사에 초청해 만났다.

NHK에 따르면, 교황은 24일 오전 나가사키 원폭투하지점(폭심지)에 있는 공원에서 원폭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연설을 한 후 오도넬의 아들인 타이그 오도넬을 만났다.

타이그 오도넬은 NHK과의 인터뷰에서 교황이 자신에게 스페인어로 “고맙습니다. 당신과 아버지께 축복을”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아버지가 찍은 ‘소각장의 소년’ 사진이 오늘 나가사키 폭심지에 걸린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전 세계 사람들이 이 사진을 보고 ‘나가사키의 비참한 경험이 반복돼서는 안된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각장의 소년’은 교황이 나가사키 폭심지 공원에서 반핵 메시지를 담은 연설을 하는 동안 연단 옆에 세워져 시선을 모았다.

이 사진은 2차세계 대전 당시 해군 종군기자였던 오도넬이 1945년 8월 9일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투하된 후 찍은 사진이다. 10세 남짓 된 소년이 죽은 동생을 등에 업고 소각장에서 순서를 기다리며 입을 꽉 다물고 있는 모습을 담고 있다.

오도넬은 나가사키와 히로시마 원폭 피해 현장을 담은 사진들이 너무나 비참하다는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다가, 40여년이 지난 1990년에야 테네시 주에서 사진전을 통해 세상에 내놓았다. 미국 내에서는 반발이 적지 않았지만, 일본 각지에서 그의 사진전이 열렸고, 2007년에는 나가사키 미술관에서 ‘소각장의 소년’이 특별전시됐었다.

오도넬은 생존시 나가사키를 찾아와 사진 속 소년의 행방을 찾았지만 단서를 얻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교황이 이 사진을 전달받은 것은 몇년 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진에 깊은 감동과 슬픔을 느낀 교황은 2018년도 교황청 연하장에 쓸 것을 지시했고, ‘전쟁의 결과’란 짧은 제목과 함께 연하장에 담긴 사진 수만장이 전 세계에 배포됐다. 연하장 뒷면에는 교황의 메시지와 함께 “이 소년은 피가 나올 정도로 입술을 깨물어 슬픔을 드러내고 있다”는 설명도 곁들여졌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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