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숙인 아베 ‘입지 흔들’…일주일 사이 각료 2명 사퇴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0월 31일 17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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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히신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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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오전 9시 5분 일본 도쿄 지요다구 총리관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침통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며 “책임을 통감한다”고 했다. 그는 1시간 전 가와이 가쓰유키(河井克行) 법무상의 사직서를 수리했다. 9월 11일 개각 후 채 두 달도 지나지 않아 각료 2명이 사퇴해 아베 총리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NHK방송 등에 따르면 가와이 전 법무상의 부인 가와이 안리(河井案里) 참의원 의원은 7월 참의원 선거 때 운동원으로 활동한 13명에게 일당으로 법정 상한액의 2배인 3만 엔(약 32만 원)을 지급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지난달 30일 시사주간지 슈칸분슌(週刊文春) 인터넷판이 이 의혹을 제기하자 가와이 전 법무상은 곧바로 사직서를 냈다. 그는 “나와 아내 모두 전혀 몰랐지만 국민의 법무 행정에 대한 신뢰가 우려된다”며 사직 이유를 설명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모리 마사코(森雅子) 자민당 참의원 의원을 새 법무상으로 임명했다.

지난달 25일 스가와라 잇슈(菅原一秀) 전 경제산업상도 지역구민에 대한 금품 제공 의혹으로 사퇴했다. 6일 만에 또다른 각료가 낙마하자 2012년 12월 2차 아베 정권 출범 후 최대 위기를 맞은 것 아니냐는 분석까지 나온다.

아베 총리는 2006~2007년 1차 집권 때도 정치자금 문제로 상당수 각료들이 줄줄이 사퇴해 큰 위기에 시달렸다. 다만 의혹이 불거진 각료들의 사직서를 곧바로 수리하고, 본인이 나서 사과하고 있다는 모습이 과거와 다르다. 여론 악화로 인한 사퇴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함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아사히신문은 “집권 자민당 안에서도 정권의 기강해이를 지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야당은 자민당의 실력자인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문부과학상의 사퇴도 요구하고 있다. 하기우다 문부과학상은 한 TV 프로그램에서 새 영어시험 도입으로 사회 불평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에 “자신의 분수에 맞게 노력하면 된다”고 해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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