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복면금지법’에 시위 격화…중국 통신사 매장·중국은행 등 공격

  • 뉴시스
  • 입력 2019년 10월 6일 07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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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시위로 정부 움직일 수 없다는 판단
14세 소년 경찰 총에 맞아…유혈 충돌 우려

홍콩 정부가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가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 5일부터 시위대의 마스크 착용을 금지하는 일명 ‘복면금지법’을 시행했다. 정부의 조치에 시위대는 더욱 격한 저항의 움직임을 보였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AP통신은 4일 자정부터 시작된 홍콩의 복면금지법 저항 시위가 전에 없는 과격한 결과를 일으켰다고 보도했다.

중국 광둥성 선전과 인접한 북부 셩수이 지역에서는 시위대 수십명이 중국 이동통신사 차이나모바일 등 중국계, 혹은 친중국 기업으로 분류되는 상점에 불을 질렀다. 중국 은행(Bank of China)의 문을 부수고 들어가 현금지급기(ATM)를 폭파시키기도 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그들이 뿌린 현금이 길바닥을 나뉭구는 모습이 올라왔다.

시위대가 4일 하루 약 500만명을 수송하는 홍콩의 지하철 MTR에 불을 지르고 2명의 폭행한 데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는 이날 MTR 운행을 전면 중단했다.

홍콩 시위가 폭력적으로 변한 배경에는 더이상 지금과 같은 평화시위로 정부를 움직일 수 없다는 시위대의 판단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젊은 시위대들은 “폭력은 (갈등의) 종결을 위한 수단이 될 수 있다”며 “이 정부가 완전한 민주주의를 비롯한 시위대의 요구를 들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그러나 과격한 시위에 경찰이 총을 빼들며 홍콩 시위가 자칫 유혈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불거지고 있다.

4일 시위에서는 14세 소년이 경찰이 쏜 총에 맞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경찰은 성명을 발표하고 “허벅지에 총상을 입은 14세 소년이 시위에 가담하고 경찰을 폭행한 혐의로 체포됐다”며 “경찰은 어떤 경위로 그가 총을 맞았는지 정확한 조사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지난 1일에는 18세의 시위자가 경찰이 근거리에서 쏜 실탄을 맞아 병원으로 이송됐다.

5일 오후 침사추이의 스타페리 부두에는 마스크를 쓴 시위자 수십 명이 모여 ‘홍콩에게 영광을’이라고 쓰인 손팻말을 들고 “홍콩, 저항하라!”를 외쳤다.

이들은 인간띠를 만들고 “나는 마스크를 쓸 권리가 있다”는 구호를 외치며 행진을 시작했다. 시위대의 수는 점점 늘어 수백 명에 달했다고 SCMP는 전했다.

코즈웨이베이의 행진에 참여한 한 주부는 “MTR이 중단돼 불편했다”면서도 시위대를 비난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SCMP와의 인터뷰에서 “정부는 시위대의 요구에 황당한 대응을 했다. 대체 ‘복면금지법’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고 되물었다.

한편 캐리 람(林鄭月娥) 홍콩 행정장관은 이날 오후 2시35분께 동영상 성명을 내고 과격 행동을 펼친 시위대를 “홍콩을 공포에 빠트려 마비시킨 폭도”라고 비난했다.

그는 시위대의 극단적인 행동이 홍콩에 ‘극히 어두운 밤’을 만들고 “오늘 홍콩사회 절반을 마비 상태에 빠지게 했다”고 질타했다.

캐리 람 행정장관은 “모두가 대단히 우려하며 불안감을 안고 공포까지 느끼고 있다. 극히 가공할만한 폭력이 홍콩 전역에서 자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복면을 쓴 폭도들의 극단적인 행동은 충격적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며 “홍콩 정부는 최대한의 결의를 갖고 폭력을 멈추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위가 길어지며 일각에서는 시위에 대한 피로를 호소하는 이들도 등장하고 있다.

67세의 한 노인은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시위가 극심하다. 이들은 민주주의와 자유를 원하는데 지금 홍콩에 자유가 없는가?”라며 “사람들은 아무데나 갈 수 있으며 자유롭게 일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유는 민주주의보다 더 가치가 있다. 젊은이들이 평생 후회할 일을 하지 않길 바란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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