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문’도밍고, LA오페라감독도 사임…“모든 공연 사퇴”

  • 뉴시스
  • 입력 2019년 10월 3일 06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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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선 더 이상 활동 못할 듯

전설의 테너이며 성추행 혐의로 물의를 일으켜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단의 지휘자에서 쫒겨난 플라시도 도밍고가 2일(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 음악총감독 직을 사임하고 앞으로 예정되어 있는 모든 공연에서도 물러난다고 발표했다.

AP통신, 뉴욕 포스트 등 보도에 따르면 도밍고는 그 동안 여러 명의 여성으로부터 수십년 동안 미국내 여러 도시에서 성추행을 당했다는 고발을 당하면서 뉴욕 오페라단의 음악감독을 못하게 되었다. 따라서 이번에 LA오페라단 마저 떠나면 미국에서는 더 이상 활동할 여지가 있을까하는 의문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지난 달 AP통신의 보도로 첫 성추행 기사가 보도된 이후로 사방에서 성추문 고발이 터져나오면서, 앞으로 예정된 모든 공연에서 물러났기 때문이다.

78세의 도밍고는 2일 LA오페라단에서 더 이상 일할 수 없게 되었다고 성명을 발표하면서 자신에 대한 수많은 성추행 공격으로 인해 “더 이상 제대로 활동력을 발휘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나는 내가 설립하고 나의 대표적인 전설의 하나로 키워왔던 로스앤젤레스 오페라단을 여전히 마음속에 소중히 간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1980년대에 이 오페라단 창단을 도왔고 지금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오페라단으로 성장했다.

도밍고는 자신이 누명을 벗기 위해 앞으로도 활동을 계속하겠지만 “지금 당장은 LA 오페라단을 위해서, 총감독 직을 사퇴하고 앞으로 예정되어 있던 모든 공연에서 물러나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LA 오페라단은 도밍고가 맡은 내년 2월과 3월의 공연 6개를 취소하게 된다.

미국 오페라노조도 멕시코 출신의 세계적인 성악가 플라시도 도밍고(78)의 성추행 의혹을 자체 조사하기로 했다. 오페라 공연자와 스탭들로 구성된 오페라노조(AGMA)는 지난 달 6일 회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자체 조사에 대해 안내했다.

앞서 오페라노조는 도밍고를 고용한 오페라단에 성추행 의혹에 대한 조사를 요청했지만 오페라단은 조사의 범위와 시기, 조사 결과의 공개 수준 등에 대해 노조에 제공할 수 없다고 전해왔다.

도밍고가 2003년부터 총감독을 맡고 있는 LA오페라단은 외부 변호사를 선임해 조사를 벌여왔고 결국 그는 사임하게 되었다.

지난달 AP통신은 도밍고가 1980년대 후반부터 30년 넘게 여성들을 성추행해왔다고 보도했다. AP는 도밍고가 11명의 오페라인들을 성추행했다고 했는데 지금은 피해 고발 여성이 20명에 이른다.

이들 중 일부는 도밍고의 성적 요구를 거절한 게 경력에 악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이 중 한 명은 어쩔 수 없이 성관계를 했다고 밝혔다.

도밍고의 대변인은 “AP가 도밍고를 깎아내리기 위해 벌이고 있는 캠페인은 부정확하고 비윤리적이다. 이 새로운 주장은 모순으로 가득 차 있다”고 반박했다.

도밍고는 성악가, 지휘자, 오페라 총감독 등으로 오페라계 1인자의 지위를 지켜왔다. ‘도밍고 콩쿠르’로 알려진 권위있는 성악 콩쿠르 ‘오페랄리아 콩쿠르’의 창립자이기도 하다.

도밍고의 LA오페라단 사퇴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단이 지난 주 갑자가 이번 시즌의 첫 무대인 “맥베스”공연의 시연에서 도밍고가 지휘를 맡지 않게 됐으며 영원히 지휘하지 못할 것이라고 폭탄선언을 한지 일주일 만에 이뤄졌다.

다른 세 곳의 오페라단인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샌프란시스코 오페라, 댈러스 오페라도 첫 성추행 보도가 나온 이후 이미 예정된 도밍고의 공연들을 모두 취소했다.

8월 13일과 9월 5일에 보도된 AP기사는 피해 여성들이 도밍고의 막강한 권력 때문에 억지로 성추행을 감수했고 경력 단절을 우려해 고발하지도 못한 사정을 자세히 파헤쳤다. 이 여성들의 말로는 그의 성적 비행은 오페라계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이었다고 한다.

도밍고는 수십년에 걸쳐서 미국 오페라계의 막강한 보증수표였다. 그의 지명도 때문에 객석은 항상 만원이었고 표를 사기 어려울 정도로 인기를 유지했다. 자신도 능력을 계속 확대해서 가수 뿐 아니라 왕성한 지휘자로, 오페라 행정가로, 나중에는 워싱턴 오페라와 LA 오페라 양대 회사에서 예술감독을 거쳐 총감독으로 활약했다.

LA오페라단의 최고경영자 크리스토퍼 쾰슈 회장은 도밍고의 사임후 단원에게 보낸 공개 이메일에서 “이 회사의 창립에 기여한 도밍고의 역할과 수 십년 동안의 헌신적인 공헌에 대해 감사한다”고 밝혔다. 또한 도밍고의 성추문에 대한 자체 조사는 아직 끝나지 않았으며 “완전한 결론이 날 때까지 계속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 오페라단은 전 미국 법무장관이며 LA카운티 대법관 출신의 데브라 왕 양 변호사의 법률회사를 고용해서 성추문 관련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오페라단의 이사회 역시 도밍고의 헌신과 공적에 대한 찬사와 감사의 성명을 별도로 발표했지만, 현재 조사중인 성추행 문제나 기타 혐의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어쨌든 미국 오페라계에서 축출된 도밍고는 최소한 연말까지는 유럽 공연 스케줄에만 전념할 것으로 보인다. 유럽에서는 성추문과 음악 공연을 철저히 분리하고 있으며, 8월에 관련보도가 나온 뒤에도 오스트리아 공연에서 그는 기립박수와 열광적인 환호를 받았다.

앞으로 예정된 도밍고의 유럽 공연도 전혀 취소된 것이 없다. 도밍고는 앞으로 스위스, 러시아, 오스트리아,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폴란드에서도 오페라와 콘서트의 지휘를 맡게 된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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