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회생’ 네타냐후, 차기 총리후보로 재지명돼…5선 연임 ‘파란불’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9월 26일 14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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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70·사진)가 차기 총리 후보로 다시 지명돼 5선 연임 기회를 잡았다. 레우벤 리블린 이스라엘 대통령이 25일 네타냐후 총리에게 연정 우선권을 주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이로서 역대 이스라엘 총리 중 가장 긴 13년 6개월 간 재임한 네타냐후 총리는 자신이 세운 총리 활동 기간 기록을 경신해 나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이날 뉴욕타임스(NYT)와 예루살렘포스트 등에 따르면 17일 치러진 이스라엘 총선 최종 개표 결과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리쿠드당은 크네세트(이스라엘 의회) 120석 중 32석을 확보해 청백당(33석)에 제1당 자리를 빼앗겼다. 그러나 연정 구성 상황에서 리쿠드당이 중심이 된 우파 진영이 55석으로 청백당 주도 중도 진영(54석)을 앞섬에 따라 네타냐후 총리는 연정 우선권을 부여받을 수 있었다. 네타냐후 총리는 42일 안에 과반 이상인 61석을 확보해야 한다.
가까스로 기회를 잡았지만 네타냐후 총리의 연임에는 큰 어려움이 따를 전망이다. 일단 이번 총선에서 8석을 확보해 ‘킹메이커’가 된 극우정당 ‘이스라엘 베이테누당’의 아비그도르 리베에르만 대표는 네타냐후 총리와 간츠 대표 중 누구도 지지하지 않는 상황. 이 당은 올 4월 총선에서도 초정통파 유대교인들의 군복무 면제를 반대하며 리쿠드당의 발목을 잡았다. 결국 네타냐후 총리는 1석이 부족해 연정을 못 꾸렸다.

청백당과의 대연정도 간츠 대표가 “검찰 기소 위기를 맞이한 부패 지도자와 연정할 수 없다”고 반대하고 있어 쉽지 않다. 네타냐후 총리는 최근 총리직을 번갈아 맡는 조건으로 청백당에 대연정을 제안했지만 거절당했다. 일각에선 벌써부터 네타냐후 총리가 결국 연정에 실패하고 간츠 대표에게 기회가 주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만약 네타냐후 총리가 연정에 성공할 경우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시설 피격과 미국-이란 갈등으로 인한 호르무즈해협의 불안 등으로 혼란스러운 중동정세가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네타냐후 총리가 자신의 트레이드로마크로 여겨온 팔레스타인과 이란에 대한 초강경 정책을 계속 이어갈 것이기 때문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총선 직전에도 1967년 제3차 중동전쟁에서 승리한 뒤 강제로 점령한 요르단강 서안지구의 유대인 정착촌을 이스라엘 영토로 편입하겠다고 밝혀 국제적인 논란을 키웠다. 친이란 성향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와 이라크 민병대를 대상으로 한 무인기(드론) 공격도 감행했다. 특히 친분이 깊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사위이며 유대인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을 이용해 더욱 강경한 대이란 정책 마련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많다.

카이로=이세형특파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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