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대법원 “존슨 총리의 하원정회는 불법 무효”…하원 즉시개회 가능

  • 뉴시스
  • 입력 2019년 9월 24일 18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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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대법원은 24일 9월10일부터 10월14일까지 하원 등 의회를 장기 정회시킨 보리스 존슨 총리의 조치가 불법 및 무효라고 만장일치 판결했다.

존슨 총리는 최악의 판결을 받은 것으로 총리의 앞날 및 합의안 유무 상관없이 무조건 10월31일에 예정된 브렉시트를 결행하겠다는 존슨의 방침도 커다란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앞서 존슨 총리는 여름 휴가 후의 9월3일 의회개회을 앞둔 8월28일 새 정부의 입법 계획 등을 위해 하원 등을 5주간 정회시킬 것을 여왕에게 요청해 재가를 받았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날 브렌다 헤일 대법원장 등 대법원 판사 11명 전원은 이 같은 장기 정회는 정상이 아니며 민주주의 원칙과 입법 활동을 심대하게 저해시킨다면서 총리의 조치가 월권이라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여왕의 재가 자체가 무효이기 때문에 의회는 현재 ‘계속 열려있는 상태’라고 말했으며 하원의장 등이 현재 쉬고 있는 의회 문을 다시 열지 결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존슨의 장기정회를 “헌법에 대한 폭거”라고 규탄했던 존 버커우 하원의장은 지체없이 의원들을 하원에 소집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 전만 해도 존슨 총리는 판결을 존중할 것이라면서도 판결 내용에 따라 즉시 재정회 조치를 내릴 의지를 내비쳤다. 그러나 이날 판결이 완전한 무효 판정으로 이뤄져 존슨의 재정회 ‘꼼수’는 통할 틈이 없게 된 셈이다.

판결 전 노동당 등 야당 일부에서는 불법 판결이 나오면 존슨 총리는 즉각 사임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불법 판결은 존슨이 여왕에게 정회 재가를 요청할 때 정회의 필요성 등에서 고의로 오도시키고 거짓말했다고 할 수 있는 만큼 존슨의 감옥행도 가능하다는 견해가 나오기도 했었다.

이날 대법원 판결은 브렉시트 사법투사인 민간 여성기업인 지나 밀러가 낸 총리 조치에 대한 위헌 및 월권 심리 제청의 최종 심판이다. 앞서 9월6일 런던 고등법원은 ‘합법’ 판결로 존 메이저 전 보수당 총리가 합류한 원고에게 패소 판정했으나 이날 뒤집힌 것이다.

당시 런던 항소심은 이 사안은 정치와 의회 소관이지 사법 관할이 아니라고 판시했다. 그러나 이날 대법원장은 판결 서두에 이 사안은 충분히 법으로 다룰 수 있다는 것이 대법원판사 전원의 의견이었다면서 이를 확실하게 부정했다.

대법원에서 존슨 총리의 장기 정회를 일거에 불법으로 전락시킨 지나 밀러는 2017년 테리사 메이 총리가 분명히 한, 유럽연합과 영국 정부가 합의안만 타결해 도출하면 그것으로 브렉시트 협상은 종료된다는 방침을 법원에 제소해 위헌 판결을 받아낸 장본인이다. 하원의 투표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밀러는 주장했는데 대법원이 이를 수용했었다.

당시 지나 밀러의 승소로 메이 총리는 합의안을 하원 투표에 부쳤다가 3번이나 실패해 총리직을 사임하기에 이르렀다.

또 대법원의 이날 불법 무효 판결은 같은 사안을 다루었으나 런던 항소심과 달리 존슨의 정회 동기가 입법 활동의 저지라면서 불법 월권이라고 판결한 11일의 스코틀랜드 항소심을 그대로 인용한 셈이다.

장기정회를 앞둔 영국 하원의 노동당 야당과 집권 보수당 내 반존슨파는 가을 개회일인 9월3일부터 ‘노 딜 원천봉쇄 법안’ 입법화에 나서 4일 하원 통과, 6일 상원 통과에 성공했다. 존슨의 정회 협박에 몇 달이 걸린 입법 작업을 일주일 안에 완료한 것이다.

이 법에 따르면 존슨 총리는 10월19일까지 새 합의안을 의회에서 통과시키지 못하거나 또 그날까지 의회가 노딜 허용의 입법을 허용하지 않으면 즉시 유럽연합에 10월31일 예정의 브렉시트를 3개월 연기해줄 것을 요청해야 한다. 이에 대해서도 존슨은 완전 승복의 태도를 보이지 않고 10월31일 결행 의지만 되풀이해왔다.

그러나 이날 대법원 판결로 의회가 24일부터라도 문을 열어 10월14일까지 활동할 수 있게 돼 존슨에 대한 압박이 매우 거세질 전망이다.

존슨은 7월24일 취임한 뒤 본격적으로 문을 연 9월 초 의회에서 1주일도 못 되는 새 6건의 투표 패배를 당했는데 이날 다시 대법원에 완패한 것이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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