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측근, 외교·안보 라인에 속속 집결…주도권 강화 전망

  • 뉴시스
  • 입력 2019년 9월 23일 10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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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치 국가안전보장국 국장 후임에 '정보통' 기타무라 임명
차장에는 하야시 전 주벨기에 일본대사 기용 최종 조율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외교·안보 정책의 사령탑 역할을 하는 국가안전보장국(NSS) 국장에 이어 차장에도 측근을 기용할 방침으로 최종 조율 중이라고 아사히신문이 23일 보도했다. 일본의 외교·안보 정책에 총리관저의 주도가 더욱 강해질 전망이다.

아베 총리는 최근 야치 쇼타로(谷?正太?·75) NSS 국장 후임으로 기타무라 시게루(北村滋·62)를 앉힌데 이어, NSS 차장으로 제1차 아베 정권 시절 비서관으로 근무했던 하야시 하지메(林肇·60) 전 주벨기에 일본대사를 기용하는 방향으로 최종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야시가 외교를 담당하는 내각관방부(副)장관보도 겸하게 하는 것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야치 전 국장은 고령 등을 이유로 이번 개각을 계기로 자진해 퇴임을 신청했다고 한다. 그러나 NSS국장 교체의 이면에는 총리관저와 야치 전 국장 간의 불협화음이 있다고 한다.

야치 전 국장은 외교관 출신으로 외무성은 후임에도 외교관 출신이 기용될 것을 기대했다. 그러나 아베 총리는 경찰청 출신의 기타무라를 기용했다.

기타무라 신임 국장은 1980년 경찰청에 들어가, 2006년에 출범한 제1차 아베 정권에서 총리 비서관을 지냈다. 민주당 정권이던 2011년에는 국내외 정보를 수집·분석하는 내각정보조사실의 톱인 내각정보관으로 취임, 제2차 아베 정권에서도 내각정보관을 지내는 등 아베 총리 최측근 인사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아베 총리가 경찰청 출신의 기타무라를 기용한 이유에 대해 일본 정부의 한 고위 관리는 “중국·러시아·북한의 외교방침을 둘러싼 노선갈등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거대 경제권구상인 ‘일대일로’(一?一路)를 둘러싸고, 아베 정권은 당초 입장을 바꿔 2017년에는 협력하는 자세로 돌아섰다. 이를 주도한 것이 경제산업성 출신의 이마이 다카야(今井?哉) 총리 비서관 등 측근이었다. 반대한 것이 야치 전 국장 및 외무성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러시아와 일본 간 영유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쿠릴 4개섬(일본명 북방영토)의 양국 간 공동경제활동을 두고서도 총리 관저 측과 야치 전 국장은 대립했다고 한다. 또 아베 총리가 강조하고 있는 북한의 일본인 납치문제에 대해서도 야치 국장 시절에는 NSS는 관여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있다고 일본 정부 관계자는 말했다.

그러나 기타무라 신임 NSS국장은 내각정보관 시절 한국 및 미국, 러시아 등의 카운터파트와 인맥을 구축했으며, 2018년 7월에는 베트남에서 북한 조선노동당 통일전선부의 김성혜 통일책략실장과 비밀 접촉을 통해 북일 정상회담 성사를 위한 물밑협상도 맡아왔다. 아베 총리의 주변에서도 기타무라에 대해 “정밀도가 높은 정보를 가져온다”며 그의 수완을 높이 평가한다고 한다.

아시히는 “아베 총리는 ‘전후 외교의 총결산’을 기치로 내걸고 있지만, 아직 러시아와 북한과 아무런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며 “보조가 맞지 않았던 외무성을 멀리하고 측근을 중용함으로써 사태 타개를 도모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NSS 차장으로는 하야시 전 주벨기에 일본대사의 기용을 최종 조율 중이다. 그는 외무성 출신이기는 하지만 제1차 아베 정권에서 총리 비서관을 지낸 측근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그는 내각관방부장관보도 겸임할 전망이다. 관방부장관보는 모두 세명으로 관방장관과 관방부장관(3명)을 보좌하면서 정부의 주요정책을 입안하고 조정하는 역할을 한다.

아베 총리는 이외에도 이마이 다카야(今井尙哉·61) 총리 비서관이 정책기획 총괄 담당 총리보좌관을 겸하도록 발령했다. 이마이도 제1차 정권에서 총리 비서관을 맡은 측근 인사로, 아사히는 “내외 정책을 불문하고 지금까지 이상으로 중요 정책을 주도하기 쉬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더해 아사히는 아베 총리가 요직 인사뿐 아니라 NSS 조직 자체도 재검토해 총리관저 주도 체제를 한층 더 강화하려고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NSS에 경제 및 안보를 담당하는 부서를 새로 마련하는 등 인원을 증강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 및 중국과의 외교 및 안보 정책을 판단할 때 경제의 관점에서도 함께 판단하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러한 외교·안보 정책 요직에 아베 총리이 측근이 기용되는 데 대해 일본 정부 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NSS가 경제·안보까지 영역을 확장하면 경제산업성의 관여가 강해질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있다.

또 관방 부(副)장관으로 기용된 스기타 가즈히로(杉田和博) 및 기타무라 NSS 국장 모두 경찰청 출신으로, 경찰이 총리관저에서 영향력을 강화하는 것에 대한 경계감도 나오고 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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