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오염 단속에… 런던 명물 ‘아이스크림 트럭’ 사라지나

市, 중심가 디젤차 진입금지 시행
기계 돌리려 공회전, 오염 가중시켜… 시민들 “동심의 상징” 단속에 불만

영국 런던에서 ‘아이스크림 트럭’이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뉴욕타임스(NYT)는 12일 런던시의회가 디젤 엔진을 사용하며 대기 오염을 가중시키는 아이스크림 트럭을 도심에서 단속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런던시는 지난달 8일부터 중심가를 ‘초저공해구역’으로 정했다.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노후 차량과 디젤 차량이 들어오면 벌금 160파운드(약 24만7000원)를 매기기로 했다. 이 단속 대상에 아이스크림 트럭도 포함됐다. 녹색당 캐럴라인 러셀 런던 시의원은 NYT 인터뷰에서 “아이스크림에 천식을 토핑으로 함께 주문하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의 아이스크림 트럭 운전사 모임인 ‘아이스크림연합’은 “대기 오염은 트럭 때문이 아니라 영국인들의 유별난 ‘소프트 아이스크림’ 사랑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일반 냉동고는 시동을 꺼도 작동하지만 소프트 아이스크림 기계를 돌리려면 공회전을 계속해야 한다는 것. 아이스크림연합은 엔진을 끄고 트럭을 운영할 수 있도록 공원 인근 등에 전원을 공급해 달라고 주장했다.

시민 역시 아이스크림 트럭 단속에 불만이다. 아이스크림 트럭은 종종 동심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하굣길 주머니에서 용돈을 꺼내 아이스크림을 사는 작은 행복, 아이들이 트럭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쫓아 달려가는 모습은 영국인들의 유년 시절 추억이다. 영화 해리포터에서 론 위즐리 역을 맡았던 배우 루퍼트 그린트(31)는 ‘아이스크림 맨’이 되고 싶었다며 자동차 운전면허를 취득한 뒤 바로 아이스크림 트럭을 구입했다. 직접 트럭을 몰고 해리포터 마지막 촬영장을 찾으며 아이스크림 맨을 자처했을 정도다. 누리꾼들은 “아이들이 아이스크림 트럭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자라게 될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자동차 업계에서 대안도 제시했다. 트럭 제조업체인 휫비모리슨은 전기 아이스크림 트럭을 연말까지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