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노란조끼 대응책 나놨다…소득세 대폭 인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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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4월 26일 10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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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 세수, 법인세 감면·공공지출 축소로 조달”
엘리트학교 ENA도 폐지키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반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노란 조끼’ 시위에 대한 추가 대응책으로 소득세를 대폭 인하하겠다고 말했다. 엘리트주의 상징이라는 비판을 받는 국립행정학교(ENA·에나)도 폐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AFP통신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 관저인 엘리제궁에서 한 정책 발표 기자회견에서 “소득세를 대폭 낮춤으로써 일하는 사람들의 (세금을) 삭감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작년 12월 노란 조끼 시위가 격화된 뒤 발표했던 최저임금 인상, 초과근무 수당에 대한 세금 유예 등의 소득 상향 조치에 이은 추가 대책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번 조치로 세수가 약 50억유로(약 6조4600억원) 감소할 것으로 추정하면서 법인세 감면을 없애고 공공지출을 축소하는 한편, 근로시간 확대를 통해 부족한 자원을 조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ENA 폐교 계획도 분명히 했다. 그는 “무엇보다 ENA를 폐지해야 한다. 다른 기관을 세울 수 있을 것이다. 같은 구조를 유지하면 그 특성이 남게 된다”며 개혁으로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ENA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행정부를 재정비해야 했던 프랑스 정부가 다양한 배경을 지닌 사람들을 관료로 육성하겠다는 목표로 1945년 설립한 곳이다. 그러나 프랑스 정·재계 등 사회 요직에 진출한 졸업생 이른바 ‘에나크’들이 광범위한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함으로써 오히려 기득권층을 공고하게 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ENA 재학생 중 단 19%만이 블루칼라(육체 노동자) 부모를 둔 것으로 드러나 입학 단계에서의 불평등도 문제로 제기된다. 학교 입학의 문이 부유하거나 학교와 연관 있는 가문 출신 학생에게 더 열려있다는 지적인 것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네 번째 ENA 출신 프랑스 대통령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2017년 ‘프랑스의 젊은 새 바람’이라는 희망으로 당선됐지만 취임 뒤 노동시장 유연화, 부유세 축소 등 친기업적인 정책을 펼치며 ‘부자들의 대통령’이라는 비난을 받아 왔다.

특히 현 정부의 유류세 인상 정책은 누적된 프랑스 국민들의 분노에 불을 지폈고 지난해 말 노란 조끼 시위를 촉발하는 계기가 됐다.

마크롱 대통령은 그러나 이날 회견에서 “우리가 지난 2년간 해온 모든 일을 중단해야 할까? 우리가 잘못된 길을 왔나? 난 완전히 반대로 생각한다”며 자신의 기조를 계속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유럽 이웃 국가들과 비교해 봤을 때, 우리는 한 주에, 한 해에 일을 덜 하고 있다”면서 프랑스 국민들이 더 오래 일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노란 조끼 시위가 처음 시작과 다르게 일부 변질됐다고 지적하며 시위에서 나타나는 증오는 “시민 도덕과 교육의 후퇴다. 모든 힘을 다해 이에 투쟁하겠다. 오늘은 그 무엇보다 (프랑스 사회에서) 공공질서가 회복되는 날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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