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 우방국이던 터키와 미국 관계 ‘삐걱’…터키가 ‘탈미(脫美)’ 행보 걷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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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4월 11일 20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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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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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의 본격적인 ‘탈미(脫美)’ 행보가 시작되면서 전통적인 우방국이던 터키와 미국 관계가 삐걱대고 있다. 양국 갈등은 터키가 러시아제 S-400 방공미사일을 도입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지만 몇 년 전부터 미국에 대한 터키의 불만이 누적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타스통신에 따르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S-400 방공미사일 시스템 인수 작업의 모든 준비가 이미 끝났다. 7월에 완료할 예정이지만 더 빨리 이뤄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무기체계 도입에 대한 서방 국가들의 반발에 오히려 “일정을 더 당기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것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틀 전에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S-400 도입 로드맵이 결정됐다. 누구도 이것을 포기하게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터키는 S-400 4개 포대를 25억 달러(약 2조8000억 원)에 들여오기로 했다.

미국을 비롯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은 터키가 S-400을 도입하면 나토 측 무기체계의 기술 등 군사기밀이 러시아로 넘어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 때문에 미 국방부는 F-35 스텔스 전투기 부품을 터키로 인도하는 것을 중단했지만 터키는 “다른 곳에서 전투기를 구매하면 된다”며 큰소리를 쳤다.

미국을 향한 터키의 불만과 의심은 누적됐던 일이다. 이 문제의 중심엔 터키 등 4개국에 흩어져 자치권을 요구하고 있는 쿠르드족이 있다. 미국은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 퇴치에 앞장선 쿠르드민병대의 공을 인정해 이들을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에르도안 정부는 쿠르드족의 자치를 인정하지 않고 적극적인 동화 정책을 벌여 왔다.

2016년 터키에서 발생한 쿠데타도 양국 관계를 서먹하게 한 이슈다. 에르도안 정부는 쿠데타 주동자로 의심하는 재미 이슬람학자 펫훌라흐 귈렌의 송환을 요청했지만 미국은 이를 거부했다. 지난해 8월엔 귈렌의 추종세력이라는 이유를 내세우며 한 미국인 목사를 체포한 뒤 귈렌과의 맞교환을 요구하기도 했다.

에르도안 정부가 여론의 ‘반서방 정서’를 자극하려는 의도를 품고 있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최근 “에르도안 대통령은 ‘S-400 딜’을 가지고 자신의 정치적 명성을 되찾으려 한다”고 지적했다. 지방선거에서 절반이 간신히 넘는 표를 얻어 ‘진땀승’을 거둘 정도로 지지율이 떨어진 그가 ‘강한 대통령’의 면모를 강조해 여론을 되돌리겠다는 계산을 했다는 분석이다.


전채은기자 chan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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