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전 ‘톈안먼 기념주’ 제조한 중국인… 톈안먼 30주년 2개월 앞두고 유죄판결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3일 03시 00분


국가권력 전복 선동죄 근거 못찾자… 공공질서 문란죄로 혐의 바꿔 처벌
“기념운동 말라” 경고메시지 해석

중국 쓰촨(四川)성에 거주하는 푸하이루(符海陸) 씨를 비롯한 4명은 2016년 6월 4일을 앞두고 ‘밍지바주류쓰(銘記八酒六四)’라는 이름의 중국 술 바이주(白酒)를 판매한다고 인터넷 홍보에 나섰다. 밍지(銘記)는 ‘마음 깊이 새기다’라는 뜻이고 바주류쓰(八酒六四)는 숫자 ‘8964’를 의미한다.

술의 이름은 1989년 6월 4일 중국 당국이 톈안먼(天安門) 광장에서 민주화를 요구하던 학생과 시민을 무력으로 진압했던 시위를 떠올리게 한다. 술병에는 한 남성이 톈안먼 시위 당시 탱크의 진입을 홀로 막아서던 모습을 묘사한 라벨이 붙었고 27년산으로 소개됐다. 2016년은 톈안먼 시위 27주년이었다.

푸 씨 등 4명은 홍보 1개월 뒤인 2016년 7월 5일 실종됐다. 청두(成都) 공안(경찰) 당국이 이들을 체포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중국 당국이 적용한 혐의는 ‘국가권력 전복 선동죄’였다. 이후 이들은 재판도 받지 못한 채 3년 가까이 구금됐다. 톈안먼 시위 30주년을 2개월 앞둔 1일 청두시 중급법원이 이들에 대한 재판을 시작했다. 1일 푸 씨의 재판이 먼저 열렸다.

푸 씨 아내에 따르면 푸 씨는 ‘공공질서 문란죄’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푸 씨에 대한 혐의가 바뀐 이유는 ‘국가권력 전복 선동죄’를 적용할 법적 근거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중국 정치평론가 장리판(章立凡)은 홍콩 밍(明)보에 “이번 재판은 톈안먼 30주년 기념 운동을 막기 위해 겁주는 ‘사이징바이(殺一儆百)’ 의도가 엿보인다”고 말했다. 사이징바이는 하나를 본보기 삼아 여럿에게 경고한다는 뜻이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톈안먼 기념주#기념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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