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 코츠도 트럼프와 갈등 빚다 사표 결심… 펜스가 말려 주저앉아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28일 03시 00분


트럼프 “나를 감청한 증거 찾아오라” 국장 임명 직후부터 계속해서 독촉
“北 핵포기 않을 것” 코츠 발언에 “외교정책 깎아내린다” 화 내기도
코츠, 매티스처럼 시리아철군 반발… 펜스 “올여름까지 남아달라” 설득
트럼프 ‘EMP 대응’ 행정명령 서명


미국 중앙정보국(CIA)을 포함해 정보기관 17곳의 수장인 댄 코츠 국가정보국장(DNI·사진)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갈등으로 지난해 말 사표 제출 직전까지 갔으나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이를 만류했다고 NBC방송이 26일 보도했다.

NBC는 전·현직 정부 고위 관계자들을 인용해 코츠 국장이 지난해 12월 트럼프 대통령이 갑작스럽게 시리아 내 미군 철수를 발표했을 때 사임을 진지하게 고려했다고 전했다. 당시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 미군 철수에 반발하며 사표를 냈는데, 코츠 국장 역시 매티스 장관과 같은 의견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코츠 국장의 오랜 동료인 펜스 부통령이 최소 올해 여름까지는 DNI에 남아 달라고 설득해 사표를 내진 않았다고 관계자들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코츠 국장은 2017년 3월 국장 임명 직후부터 삐거덕댔다. 당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자신을 감청했다고 주장한 트럼프 대통령은 그에게 감청 증거를 찾아오라고 지시했다. 그는 “감청은 없었다”고 답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계속 증거를 찾아오라고 종용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코츠 국장이 지시를 이행하지 않을뿐더러 자신을 비이성적인 사람으로 여긴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NBC는 전했다. 올해 1월 코츠 국장이 상원 정보위원회 청문회에서 “북한은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언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그가 자신의 외교 정책을 깎아내리는 것으로 보고 화를 냈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둘 사이를 중재한 건 펜스 부통령이었다. 그는 이 같은 갈등으로 좌절감을 느껴 온 코츠 국장에게 “백악관이 당신을 지지하고 있으니 하던 대로 하면 된다”고 설득했다. 코츠 국장의 해임을 고려한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도 펜스 부통령이 돌려놓았다. 현재 둘 사이는 안정됐으나 관계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언제든 코츠 국장을 해임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코츠 국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갈등은 가라앉았지만 안보팀에 또 다른 불협화음이 감지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란산 원유 수입 금지 예외 조치 연장 문제를 놓고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고 이날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11월 대이란 제재 전면 복원을 발표하면서 한국 등 8개국에 180일간 이란산 원유를 수입할 수 있게 예외를 인정했다. 5월 초까지 예외 연장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데, 볼턴 보좌관 측은 연장을 반대하지만 국무부 측은 원유 가격의 폭등을 우려한다.

로버트 뮬러 특검으로부터 ‘러시아 스캔들’ 면죄부를 받아든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 승리를 위해 자신의 핵심 어젠다를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공화당은 건강보험의 정당이 될 것”이라며 자신의 숙원 사업인 ‘오바마케어 폐지’에 박차를 가할 것임을 시사했다.

한편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26일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전자기파(EMP)에 대한 국가적 대응력 조율’이라는 제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EMP는 공중에서 폭발한 핵탄두로부터 나오는 고강도 전자기파로 북한의 EMP 공격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댄 코츠#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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